도널드 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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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6.25 전쟁이 끝났음을 확인하는 종이에 서명을 받아 내기 위해, 인력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종전협정 추진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는 점이다.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판문점 휴전협정으로 사실상 끝났지만, 당초 구상됐던 평화조약이 휴전협정을 대체하진 않았다. 평화조약의 옹호자 반대자 모두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긴 쉽다. 휴전의 산물인 비무장지대 북측 라인은 정상적 민간활동이 폐쇄돼 있으며, 북한은 핵무장을 한 채 근거리 장거리의 대상을 위협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그의 장관 및 참모들은 종전협정에 서명해주십사 한국전쟁 관련 당사자들에게 애원하는 중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제재를 철회하지 않는 한 북한은 어떤 합의도 따르지 않으리라 본다. 핵을 포기하긴커녕 남한과 일본 정도의 목표물, 멀리는 미국까지 닿을 미사일을 개발하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까지 주장하고 나올 것이다.

정전협정은 대한민국이 스스로를 지킬 마지막 방어선을 걷어낼 뿐, 아무것도 보장하는 게 없다. 북한의 궁극적 바람은 유엔군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게 될 ‘평화협정’이다. 역사적인 한미동맹 파기가 확실시되는 거래를 문 대통령이 왜 그토록 열망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유일한 수혜자는 북한이 될 것이다. 북한은 표면상 공산주의지만 사실상 김정은 지배 하의 왕국이며, 한반도 전체를 지배 하에 두고자 병력 증강에 매진할 게 뻔하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논할 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게 있다. 한국정부는 ‘휴전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반도의 영구적 분단을 초래할 지 모를 그 어떤 것도 못 박아 두기를 거부했다. 대신 유엔군의 윌리엄 해리슨 중장, 북한군 사령관 남일 장군, 중국의 펑더화이 장군이 협정에 서명했다. 중국 ‘인민의용군’을 이끌고, 미군·한국군에 밀려 압록강 국경지역으로 쫓겨간 북한정권을 구한 게 바로 펑더화이였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톈진(天津)에서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양제츠를 만나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종전선언에 대해 당장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으나, 이젠 잠정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다. 바로 이런 인상을 주는 게 그 만남에 임하는 한국 측 고위 인사의 목표였다고 본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양제츠가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고된 바 없다. 중국은 이번 합의를 한미동맹 훼손의 수단으로 여길 수도 있으나 분명히 미온적이다. 그 다음 의문은 누가 종전협정에 서명할 것 같은가 하는 것이다. 군 사령관의 서명일까? 아니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 대통령이 문서로 손을 잡고 마침내 한국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려나?

아무튼 완전히 우스꽝스런 전망이다. 문 대령이 원하듯 미국, 중국, 북한 지도자들이 나란히 이 문서에 서명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판문점에서 행사가 열리고 군 장성이나 미 국무장관, 중국과 남북한의 외무장관이 둘러앉아 합의문에 이름을 올리게 될까? 그런 일 역시 상상할 수 없다. 우선, 북한 사람들은 남한과 미국인들과 대화하려 들질 않는다. 문 대통령이 뭐든 계속해서 밀고 나갈 수 있겠지만, 이 협정은 너무 터무니없고 결함이 많아 진지하게 수용되기 힘들다. 이게 현실이다.

문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차기 대통령 선출을 앞두고 평화 판타지를 또 어떻게 쫓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긴 하다. 다만 다들 그냥 잊고, 안 될 일이라는 슬픈 진실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남한의 민주주의를 북한 독재체제에 완전히 팔아 넘기는 수준까진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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