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법률단체 소송에 로스엔젤레스 고등법원 결정
"동등한 대우 받을 권리 침해"...男 역차별 논란에 휩싸여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앞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TV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시녀이야기) 속 시녀 복장을 한 여성들이 낙태권 옹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TV미니시리즈는 여성에 대한 폭력적 억압을 그렸다. /AP=연합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앞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TV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시녀이야기) 속 시녀 복장을 한 여성들이 낙태권 옹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TV미니시리즈는 여성에 대한 폭력적 억압을 그렸다. /AP=연합

미국 법원이 상장회사에 여성 이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캘리포니아 주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국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미국판 ‘여성할당제’ 논쟁을 보는 느낌일 것이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고등법원 모린 더피-루이스 판사가 지난 13일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한 캘리포니아 주법이 헌법상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앞서 보수 성향의 법률 단체 ‘저스티스 워치’(Justic Watch)는 상장사에 여성 이사 할당을 의무화하는 게 헌법의 평등권 조항에 위배되며, 이 법 시행을 위해 납세자들이 낸 돈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결국 위헌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이다.

해당 법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상장사를 대상으로 2019년 제정 당시 그해 말까지 이사회에 적어도 1명의 여성을 두도록 했다. 또 올해 1월까지 이사진 5명으로 구성된 상장사의 경우 2명, 6명 이상 이사진을 갖춘 기업은 3명의 여성 이사를 두게 했다. 여성 이사회 구성원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30만 달러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650개에 달하는 캘리포니아 내 상장기업의 절반도 이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 법에 대해 합헌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법을 통해 남성 이사 자리에 여성할당을 강제하는 게 아니라 여성 이사의 추가 임명을 가능하도록 했다"고 주정부는 주장한다. 자리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어쨌든 남성 우대의 차별문화를 시정할 조치로 여겨지면서, 워싱턴·매사추세츠·뉴저지·하와이·일리노이 등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제안되거나 진행 중이다.

이번 법원 판결로 인해 단순 성별에 따른 구성원 할당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제정될 때부터 이 법은 입법 분석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제리 브라운 전 주지사 또한 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서명했음을 인정했다.

"미투 시대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법안에 서명했다"고 당시 브라운 지사가 밝힌 바 있다. ‘미투 현상’을 응원하는 조치였던 셈이다. 대한민국 역시 구조화된 성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로 여성할당제를 도입했지만, 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논란이 가열됐다. ‘역차별’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남녀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도리어 강화시켰다, 결국 최적격자가 배제될 가능성이 더 높아져 업무나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1980~9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 여성 인사와 그 인맥이 여성할당제의 실질적인 주요 수혜자라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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