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영
정구영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경제 분야의 예후(豫後)는 좋지 않다. 출발부터 퍼펙트 스톰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의식은 지난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정과제 상단에 경제 정책이 대거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김대기 비서실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경제수석 등 거물급 경제관료 출신을 정부 요소요소에 배치했다.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에 경제관료 출신을 동시 기용한 것은 과거 정부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 포석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위기 초입으로 보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경제 위기는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는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 중국의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악재는 국내 정책으로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를 어떻게 버텨내느냐 여부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5년이 결정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행히 희망을 품어볼 수 있다. 우파정권의 경제 정책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바탕하고 있는 만큼 왜곡된 이념(理念)에 빠진 억지 정책은 없기 때문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운동이 바로 그런 류(類)다. 참새를 잡고, 벼를 빽빽하게 심으라고 몰아붙인 결과 대흉년이 왔다. 이로 인해 4500만명이 굶어죽었다.

경제학은 순수학문이다. 하지만 좌파정권에서는 유사 경제학이 판을 친다. 이념 과잉인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대표적이다. 결과는 참혹하다. 대외 악재를 제외하더라도 온통 빨간색으로 물든 경제지표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이 대목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좌파정권의 경제 정책이 가져온 폐단을 수차례 겪었으면서도 왜 상당수 유권자는 엉터리 정치인을 계속 뽑아주는 것일까. 단초(端初)는 있다. 좌파 정치인은 이성보다 감성, 그리고 이미지 연출에 능하다. 눈물을 흘리고, 쇼도 잘한다. 반일감정을 고취시켜 분노와 증오를 자극한다. 부자와 기득권층에 대한 혐오와 질투심도 부추긴다. 정치적 대리배설인 셈이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복잡한 생각을 싫어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제가 대표적이다. 인위적이고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판단할 수 있는 대중은 흔치 않다. 그보다는 ‘저녁 있는 삶’이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다. 올바른 경제 정책이 대중으로부터 선택되기 어려운 이유다.

"판사의 망치와 인부의 망치가 뭐가 다른가?"라고 되묻는 어느 정치색 짙은 개그맨의 주장이 먹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그맨의 마이크와 일반인의 마이크는 어떻게 다르기에 자신은 그렇게 많은 강연료를 받아먹는지에 대한 대중의 본격적 의문은 제기되지 않는다.

최근 일본의 한 경제학자는 자원이 부족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트리플 펀치’의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리플 펀치는 삼중고(三重苦)를 말한다.

그가 말한 트리플 펀치는 원화가치 하락, 무역적자, 그리고 격차 확대 등 3가지다. 원화가치 하락과 무역적자는 익히 아는 내용이다. 섬칫한 것은 격차 확대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자리와 소득이 불안해지고, 상황의 전개 여부에 따라서는 사회 전체에 절망감이 고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갈라치기 잘하는 좌파 정치인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동시에 우파정권의 경제 정책이 2% 부족한 부분이다. 격차 확대, 즉 양극화 심화가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재건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노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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