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패널 산업이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양대 거목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탈(脫) LCD를 위한 출구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CD 패널 산업이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양대 거목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탈(脫) LCD를 위한 출구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가격이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면서 디스플레이업계의 업황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수년째 거듭되고 있는 데다 재택근무·원격수업 등 LCD 수요를 떠받쳤던 코로나19 특수마저 사라져 미래 전망이 잿빛 일색이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량을 줄이고 신규 투자를 중단하는 등 관련사업 철수를 향한 출구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18일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츠(DSCC)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LCD 패널 가격의 하락세가 올해 내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LCD 패널 평균가격 지수(2014년 1월=100)가 지난달 41.5로 최저치 찍은 데 이어 9월에는 36.6까지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디스플레이업계의 채산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실제 이달초 55인치 TV용 LCD 패널의 평균거래가격은 117달러로 지난해 8월 233달러 대비 반토막이 났다. 노트북·모니터용은 각각 10개월·14개월 연속 하강 국면에 빠져있다.

이는 전방수요 부진이 1차 요인이지만 중국의 과잉공급이 기름을 부었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작년 3분기부터 LCD 가격이 원가 수준까지 낮아졌음에도 BOE 등 중국 LCD 제조사들은 설비가동률 조정 없이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며 "별다른 수요회복 재료도 보이지 않아 가격 하락 기조의 장기화 개연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렇듯 지난 10여년간 디스플레이산업의 간판이었던 LCD가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화되면서 LG·삼성디스플레이는 LCD와의 결별 수순에 돌입했다. 중국과의 끝모를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가하려면 사업 철수만큼 확실한 대책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탈(脫) LC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먼저 착수했다. 2019년 중국의 물량폭격에 LCD 사업의 적자 구도가 굳어지자 이듬해 중국 쑤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며 일찌감치 철수로 방향을 튼 것이다. 국내 생산량도 매년 감산해 지금은 아산캠퍼스에서 삼성전자의 TV용 물량 일부만 공급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LCD의 비중은 5%에 불과하다. LCD 판가 하락에도 올 1분기에 역대 최대인 1조900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배경이다.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연내에는 LCD 사업의 완전 철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LG디스플레이도 탈출구 개척의 시동을 걸었다. 최근 LCD 분야의 신규투자 중단과 10% 이상의 TV용 LCD 패널 생산량 감산을 결정했다. 장기적으로 국내 생산을 접고 중국 등 해외공장만 가동하는 형태로 LCD 사업을 재편할 방침이다. 다만 LCD의 매출 비중이 65~70%로 높아 당분간 LCD 가격 하락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올 1분기 영업이익(383억원)이 전년보다 93%나 쪼그라든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양사의 탈 LCD 행보는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의 중심축을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빠르게 이동시킬 전망이다. LCD와 달리 연평균 20%대의 견조한 시장성장을 보이는 OLED에 향후 양사의 투자·연구개발 여력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OLED는 중국과의 기술격차도 월등해 저가공세에 시달릴 우려도 없다.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TV용 대형 OELD 패널 출하량이 지난해(741만9000대)보다 51.8% 늘어난 1126만7000대에 이르고, LG·삼성디스플레이가 각각 89%·11%로 세계시장을 양분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경영키워드는 LCD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최소화와 OLED의 초격차 유지가 될 것"이라며 "LCD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에게 빼앗긴 전례를 거울삼아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에 더욱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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