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구한말 조선을 떡 주무르듯 했던 청나라 공사 원세개는 부임 때 새파란 나이 26세였다. 그 애송이는 감국대신이란 이름으로 불렸는데 ‘조선의 감독관’이란 뜻이다. 속방(屬邦)의 국왕을 능가하는 위세는 차라리 횡포였다. 고종을 향해 주먹을 날릴 뻔했다는 말이 당시 나돌던 판이었으니…. 참담하던 100여년 전 그 원세개의 재림이 지금 주한 중국대사 싱하이밍이다. 한 달 전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사드란 두 글자는 한중 관계의 금기어"라고 으름장을 놨다. 불쾌하다 못해 울화통이 터진다.

당시 시민단체 ‘차이나아웃’이 "당신이 조선 총독인가"하고 따진 것도 당연했다. 문제는 그가 번번이 그렇다는 점이다. 아주 몸에 뱄다. 지난해 여름 당시 윤석열 대선 예비주자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했을 때도 그가 쌍지팡이 짚고 나섰다. 주한 대사가 국내 정치인의 발언을 비판한 건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 그런 원세개와 싱하이밍이 떠오른 건 중국 외교부장 왕이 때문이다. 이번에 그 자가 박진 외교장관과 상견례를 겸한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중 외교 노선에 반발하면서 노골적인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숫제 우리 정부를 헐뜯은 것인데, 그건 미국이 추진하는 경제동맹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려는 한국에 대한 경고였다.

그러나 너무 시건방을 떠니까 눈꼴이 다 시리다. 세상이 다 알 듯 윤석열 정부는 친중 사대주의에 코 박았던 문재인과 사뭇 다른데, 그걸 초장에 길들이려는 음험한 수작이다. 여기에서 묻자. 만에 하나 이웃 일본이 그랬다면 망언이네 뭐네 하면서 벌떼처럼 나섰을 이 나라 언론은 대체 뭘하는 걸까? 무엇보다 왕이, 그 자는 외모도 그렇거니와 왜 하는 짓마다, 발언마다 밉상일까?

싱하이밍이야 젊은 시절 북한에서 교육받았고 때문에 ‘허가받은 간첩’ 수준이라고들 하지만, 왕이도 오십보백보다. 중국 서열 25위인 그는 5년 전 문재인과 악수를 나눈 뒤 툭 하고 팔을 치는 안하무인 짓거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친중사대주의자 문이 그에겐 졸개로 보였을지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선 심히 불쾌했다. 그렇다. 본질은 사람이 아니고, 자국민을 억압하는 중국공산당이다. 그들의 대외관계란 것도 기본적으로 약탈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점, 그런 저들을 그대로 두고선 백약이 무효라는 걸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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