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암호화폐를 1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이 1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국내에서 암호화폐를 1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이 1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USD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가상자산, 즉 암호화폐를 1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이 1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당국은 루나·테라USD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산과 고객 자산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원화마켓과 코인마켓 등 국내 암호화폐 전체 거래소의 실제 이용자는 558만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억원 이상 보유자는 9만4000명으로 전체의 1.7%였다. 실제 이용자는 단일 투자자가 복수의 거래소에 등록된 경우 중복해서 계산하지 않고 1명으로 집계한 것을 의미한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1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보유자가 9만명이었으며, 10억원 이상 보유자도 4000명이나 됐다. 1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보유자는 73만명으로 전체의 13%에 달했다. 1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 보유자는 163만명, 100만원 이하 보유자는 276만명으로 각각 전체의 29%와 49%를 차지했다.

암호화폐 보유는 남성이 374만명으로 여성의 184만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주목할 점은 20대 이하 암호화폐 보유자가 전체의 24%인 134만명에 달한 점이다. 50대와 60대 이상도 각각 80만명과 23만명이었다. 주력 보유층은 사회생활이 가장 활발한 30대와 40대로 각각 174만명과 148만명이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암호화폐는 623종이다. 이들 종목의 평균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MDD)은 65%로 유가증권시장의 4.4배에 달해 증시보다 변동성이 훨씬 크다. 또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경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주요 암호화폐의 거래 비중이 원화마켓은 27%, 코인마켓은 9%에 불과해 전 세계 평균 59%와 큰 격차를 보였다. 원화마켓은 원화로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곳이고, 코인마켓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로 다른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곳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일부 거래소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큰 단독 상장 암호화폐에 대해 높은 취급률을 보여 이용자들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단독 상장 암호화폐는 복수의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가 아니라 특정 거래소에서만 거래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성이 클 수 있다.

금융당국은 루나·테라USD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스테이블 코인 등 위험성이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동향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를 말한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뇌관이 됐던 한국산 암호화폐 테라USD가 스테이블 코인이다. 루나는 테라USD의 자매 암호화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날 하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내 생각에는 더 많은 암호화폐가 망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다치고 시장에 대한 신뢰와 믿음 일부가 손상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정식 거래소로 당국에 등록해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바이든 행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산과 고객 자산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수탁 중인 고객 자산도 파산 절차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공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즉, 코인베이스가 파산할 경우 고객들은 빚잔치를 하고 남은 돈만 받아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다른 금융회사처럼 암호화폐 거래소도 회사 자금과 고객 자금을 분리하도록 하는 법제화를 의회에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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