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수
전광수

윤석열 대통령 취임 당일부터 용산 집무실 앞에는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전한다’라는 명분으로 온갖 생떼와 수준 낮은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의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함께 정규직 전환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정권이 바뀌었더라도 대한민국 정부 이름으로 약속한 조치는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직접고용이 아닌 간접고용으로 진행되어 사실상 공공부문 외주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인데, ‘시장에 자유를 주겠다’라는 윤석열 정부에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앞으로는 용산역 광장, 삼각지역, 이태원 광장, 전쟁기념관 등에서도 크고 작은 집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분별한 집회 및 시위는 기존 ‘성지(聖地)’처럼 여겨지던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대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이 관저(官邸) 인근과 달리 ‘집회 금지 장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의 김순열 부장판사는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라는 특정 성향의 단체가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금지 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 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 행진을 허용한 것이다.

경호와 차량 정체 우려를 고려해 한곳에 계속 머무는 것은 금지하기는 했지만,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므로 100m 이내에서 집회가 가능하다’라는 판결 자체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 11조를 ‘제멋대로 왜곡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제 11조 1항에서 국회의사당과 2항의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경우 관저의 기능 없이 집무기관만 있음에도 일반적으로 집회 및 시위를 100m 이내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제까지 100m 이내에서 집회 및 시위가 금지되었던 청와대는 내부에 관저와 집무실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기에, 이를 ‘관저’로서만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축소 해석해 그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은 관저를 포함한 어디에서든 ‘대통령 직무 수행’ 중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개방’과 ‘용산 시대’를 뒷받침할 법률의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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