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이재구

1985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일 반도체 전쟁’ 배경은 미국 반도체 살리기였다. 세계 1위 TI가 일본에 밀렸고, 세계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일본 반도체 3인방 NEC·도요타·히타치는 덤핑으로 경쟁사 죽이기에 나섰다. 일본은 결국 반덤핑법 ‘슈퍼 301조’에 무릎 꿇었다. 전자왕국 일본이 미국 반도체를 20%나 쓰기로 했다. 막 반도체에 눈떠 이를 육성하려던 삼성에겐 천금 같은 기회였다.

삼성은 1983년 이병철 회장의 ‘도쿄 반도체 선언’에 이어 미국 마이크론과 반도체 기술제공 협정을 맺었다. 삼성은 기를 쓰고 기술을 배웠고, 그 해 64K D램 개발로 사업을 시작했다. 3년 후엔 256K D램으로 세계 반도체 업계의 다크호스가 됐다. 마침내 지난해 인텔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지난 20일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방한 첫날 삼성 평택공장부터 찾았다. 그는 두 나라 협력에 기반한 글로벌 공급망 안정·양국 기술동맹 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동 발표문에서 기술동맹 아이템 5개 중 맨앞에 "반도체"가 언급됐다.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여기서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경제와 지정학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 궁금해진다. 미육군전쟁대학 ‘패러미터스’의 최근 논문 한 편은 이를 대변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시 확보 1순위는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이며, 따라서 대만이 침공당하는 즉시 TSMC 설비를 영구 파괴해야 한다고 썼다. 많은 사람들과 기업에 부담이 되겠지만 중국에 가장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고, 이것이 초강대국 간의 전쟁이 3차대전으로 격화되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반도체가 여러 모로 더 중요하고도 어려워진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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