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오랫동안 광주만의 5.18, 좌파만의 5.18이었다. 좌파는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대중적 상징물로 5.18을 악용해왔다. 하지만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은 태극기를 들고 나왔고, 애국가를 불렀고, ‘북괴는 오판 말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거동수상자를 잡아 계엄군에 넘기기도 했다. 공권력 부재 상황에서도 파렴치 범죄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좌우 모두 이런 5.18의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5.18은 1980년대를 관통한 민주화 투쟁의 밑거름으로 작용했고, 이는 보다 완전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한 대한민국 시민들의 요구를 대변했다. 5.18은 대한민국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투쟁이자 희생이라고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우리사회 일부 우파에서는 5.18을 폭동으로 몰아가면서 그 역사성을 외면했고 그 대의명분에서 스스로 소외됐다. 5.18에 대한 무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기 성찰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좌파가 5.18을 악용해온 방식도 용납할 수 없다. 양심과 사상, 언론·출판의 자유라는 근대 민권의 핵심을 훼손하는 5.18특별법이 대표적이다. 5.18이 다양성을 억압하는 상징물로 악용된 것이다. 북한이 공공연하게 "5.18은 반미자주화 운동"이라고 선전하는 데 대해서도 5.18단체들과 광주시민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5.18이 좌파만의 5.18이 된 데는 광주시민들과 5.18단체들의 책임도 크다. 적어도 북한 정권이 5.18을 자신들의 정치적 상징물로 사용하는 것에는 분명한 반대와 항의가 있어야 했다.

1980년 5월로부터 42년이 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42주년 기념식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원과 함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이는 5.18이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한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5.18은 이제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한 대통합의 상징자산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헌정사 차원에서 5.18의 의미를 재평가하고 자유민주주의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를 광주 현지에서 열 것을 제안한다. 이 행사는 광주 시민사회와 전국의 양심적인 지식인이 두루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좌우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공감과 호응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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