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묵밭에는 쑥구기가 울었다.
화전민이 떠나고
개망초꽃들이 꾸역꾸역 피었다.
일원짜리 백동전만한
개망초꽃들이 떼지어 모인 곳엔
개망초꽃 향기가
산맥의 구름보다 일렁거렸다.
쓸쓸히 떠돌다 간 것이
유월 장마 같기도 하고
죄 없는 혼백 같기도 하여서...

양채영(1935~2018)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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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채영 시인은 평생 풀꽃을 노래한 시인이다. 풀꽃은 작고 소박하며 보잘것없다. 발걸음 멈추고 쪼그려 앉아 가만히 바라보면 애처롭기도 하면서 소담스럽고 예쁘다. 풀꽃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후미진 데서 있는 듯 없는 듯 홀로 피어나 자기만의 색깔과 향기를 조용히 내뿜다가 소식 없이 진다. 사람은 화려하고 큰 게 아니라 풀꽃처럼 작고 소박한 것에서 위로받고 힘을 얻는다. 작고 소박한 것은 크고 화려한 것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개망초꽃은 흔해서 잡초 취급 받는다. 그 꽃 한 송이 꺾어 화병에 꽃은 뒤 식탁에 갖다놓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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