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22일 오전 11시께 경북 울진의 140만킬로와트(kW)급 원자력발전소인 신한울 1호기가 최초 임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임계는 원자로에서 원자핵분열 반응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이는 원자로의 첫 가동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신한울 1·2호기. /연합
한국수력원자력이 22일 오전 11시께 경북 울진의 140만킬로와트(kW)급 원자력발전소인 신한울 1호기가 최초 임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임계는 원자로에서 원자핵분열 반응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이는 원자로의 첫 가동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신한울 1·2호기. /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전 분야에 대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세계 원전시장의 지형도 역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국 정상은 지난 21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원전산업과 기술을 선도하고, 세계 원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우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판매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소형모듈원전은 원자로,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주요 기기를 일체화한 300MW 이하의 소규모 원전으로 비용과 안전성 측면에서 ‘차세대 원전’으로 꼽힌다.

양국은 ‘한미 원전기술 이전 및 수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제3국 원전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HLBC)를 재가동해 원자력 제반 분야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는 지난 2018년 8월 2차 전체회의 개최 이후 현재까지 개최되지 않고 있다.

이번 ‘원전동맹’ 선언은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컴퍼니(WEC) 등 굴지의 원전기업을 보유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93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최대 원전국이다. 하지만 지난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붕괴된 상태다.

이후 세계 원전시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장악해왔다. 실제 2027년까지 건설하기로 한 세계 원자로 50개 가운데 중국이 15개, 러시아가 12개를 수주해 세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확고한 원전 공급망을 갖춘 우리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부활을 노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원전 건설시장을 재편하고, 주도권 역시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오는 2030년까지 10기 이상의 해외 원전 수주를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외교력을 이용해 원전 세일즈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동유럽 등 미국과 우방 관계를 더욱 돈독히 가져가길 원하는 국가들에서 원전을 수주하는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의 걸림돌이던 원전의 원천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이 높은 수준의 원전 협력에 합의함에 따라 세계 원전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경쟁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퇴출됐고, 중국은 신뢰성 문제를 겪고 있다. 결국 한미 원전동맹의 경쟁국은 프랑스밖에 없는 상황에서 양국이 손을 잡을 경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원전 건설은 101기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25%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발간한 ‘미국 원자력 경쟁력 회복 전략’ 보고서에서 2030년 세계 원전시장을 5000억~74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정체된 상황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이 함께 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체코 원전 건설 프로젝트 역시 한국의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컴퍼니가 경쟁하고 있지만 어느 곳이 되더라도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이번 양국 정상의 원전동맹 선언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외교력을 이용한 원전 수출 영토 확장, 미국은 무너진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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