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22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을 찾아 6·1 지방선거에 나서는 대전지역 후보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22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을 찾아 6·1 지방선거에 나서는 대전지역 후보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 부결’ 분위기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한 마디에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이 위원장의 당 내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1일 국회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의결했다. 반대표가 일부 있었으나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92명 중 250명이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8표, 반대 36표, 기권 6표로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불과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민주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으니,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낙마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이재명 선대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상황이 바로 역전됐다.

이 위원장은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국민 눈높이에 안 맞고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출범 초기이니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19일에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은 대통령이 첫 출발을 하며 새 진용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한덕수 불가론’이 우세했던 당 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특히 이재명 측근 의원들이 ‘한 후보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분위기가 반전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민주당이 ‘국정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힐 경우, 6·1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급격히 찬성 여론이 확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선대위원장은 국회의원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0선’의 원외정치인이다. 성남지사 2선, 경기지사 1선으로 지자체장 경력만을 가지고 대선후보까지 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말 앞에서는 정치경력이 딸릴 것 없는 4선, 5선의 중량급 다선 의원들도 쉽게 반대 목소리를 꺼내지 못한다. 사실상 당론을 이재명 선대위원장이 좌우하는 셈이다.

이번 6·1 지방선거와 함께 열리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이재명 위원장이 당선돼 원내로 진입하면 그의 당 내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 확실하다. 또 오는 8월에 있을 예정인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해 당권을 장악하는 시나리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경우 민주당은 한 바탕 큰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이 대선 패배 이후 너무 일찍 정치행보를 재개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과 함께 불만을 가진 ‘반(反) 이재명’ 세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반 이재명계가 떨어져 나가 독립 정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장에게는 이런 사태도 ‘사소한 과정’에 불과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대선후보시절에도 이미 당 장악을 향한 야심을 여과없이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20일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 것"이라며 "도대체 압도적 의석을 갖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신속하게 해치우면 좋겠다 했는데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고, 국민보단 자기들 생각하는거 같고 배가 불러서 그런거 같다"고 말했다.

즉, 본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민주당의 의석을 확실하게 무기삼아 본인의 정책구상을 신속하게 입법처리하겠다는 뜻이다. ‘공당(公黨)을 대통령의 사당(私黨)으로 만들려는 것이냐’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그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덕수 총리 인준안에 대해 찬성하기로 당론이 정해지며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불만을 품고 본회의에 불참하기도 했지만, 의결정족수 충족과 표결 통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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