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5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3월까지 국세수입은 111조1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조6000억원 증가했다. 3월 기준 진도율, 즉 연간 목표 대비 국세수입 비율은 30.8%로 집계됐다.

이처럼 국세수입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법인세 때문이다. 지난 3월까지 법인세는 31조1000억원 걷혀 1년 전보다 10조9000억원 증가했다. 법인세 진도율은 41.5%에 달한다. 법인세는 정부의 올해 초과세수 추계치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무려 54.6%다.

지금 한국 경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과 가계부채 속에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를 겪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대외 악재들이 겹치면서 퍼펙트 스톰까지 우려되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물가를 잡으면서 동시에 성장을 이룩하는 것이다.

돌파구는 투자다.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늘어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감세(減稅), 그중에서도 법인세 인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이렇다할 법인세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급증한 국가부채가 임계점을 넘기며 재정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이 수명을 다한 만큼 다른 해법이 절실한 상태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경제 사령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간 주도 성장을 주창해온 만큼 법인세 세율과 세제개편이 급류를 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법인세를 낮춰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꾸준히 하향 조정돼 왔다. 2000년대 이전 최고 28%에 달했던 세율은 이명박 정부 당시 22%까지 낮아진 뒤 2017년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 증세’를 외치며 출범한 이후 최고세율은 25%까지 인상됐다.

과표구간도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면서 3단계에서 4단계로 늘어났다. 2억원 이하(10%), 2억~200억원 이하(20%), 200억~3000억원 이하(22%), 3000억원 초과(25%) 등으로 누진세율이 확대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법인세에 4단계 이상의 과표구간을 설정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특히 법인세를 올려도 소득 재분배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기업의 투자 감소와 비용 전가 같은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새 정부는 우선 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업이 해외에서 거둬들인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추가로 물리지 않는 방향으로 법인세 제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외 현지와 국내에 두 번 세금 내는 것을 피하고, 해외에 쌓아놓던 수조원대 유보소득의 국내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현행 법인세 과세체계는 ‘거주지주의’다. 원칙적으로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국내 본사가 한국에 세금을 내야 할 의무가 있다.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일차적으로 세금을 내고, 국내 법인세율이 해외보다 높으면 과세당국이 세금을 추가로 매긴다.

이 같은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의 유보소득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거주지주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아일랜드·멕시코·칠레·이스라엘 등 5개국뿐이다.

이에 새 정부는 법인세 과세체계를 ‘원천지주의’로 개편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기업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해당국에만 법인세를 납부하면 돼 그만큼 세부담이 줄어든다. 법인세 최고세율의 경우 미국은 21%로 우리나라의 25%보다 4%포인트 낮다. 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도 우리나라보다 낮다.

법인세 과세체계를 원천지주의로 바꾸면 다양한 효과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해외 유보소득의 국내 유입을 통해 투자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기술개발을 촉진하거나 고용을 확대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

과세체계 개편을 통해 기업의 세부담이 완화되면 해외 경쟁력이 강화된다. 다국적기업의 본사를 우리나라에 유치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원천지주의를 채택할 경우 해외에서 거둔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대 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 감세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최대 걸림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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