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한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조폭(조직 폭력배) 영화 속 "너는 건달이 아니라 양아치다"라는 대사가 있다. 이 대사를 통해 우리는 비슷해 보이는 ‘그 세계’에서도 나름의 구별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렴풋이 협객과 건달, 깡패와 양아치 정도로 나뉜다. 의협심이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하는 듯한 협객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 뚜렷한 차이를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건달임을 자처하는 자들은 실제로 자신을 깡패나 양아치와 엄격하게 구분한다.

자유당 시절의 정치깡패 유지광은 자서전에서 깡패의 어원을 폭력단 갱(gang)과 무리를 뜻하는 패(牌)가 결합해 생긴 것이라 주장하며, ‘경제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자’로 정의했다. 그렇기에 우리가 잘 아는 김두한 등 당대의 주먹들은 스스로 깡패가 아닌 협객이나 건달로 불리기를 바랐다. 건달(乾達)은 산스크리트어 ‘간다르바’에서 유래한 것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천상의 음악을 맡는 신이기에 ‘하늘에 통달한 자’로 풀이된다.

반면 악인(惡人)들조차 꺼리는 단어이자, 우리가 흔히 ‘행실이나 인성이 불량한 범죄자’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 ‘양아치’다. 이는 동냥(구걸)을 하는 무리를 가리키는 ‘동냥아치’가 줄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소년 절도 36명을 검거했는데 이들은 13살부터 19살까지의 소년들이고 그중 대장격은 ‘양아치’라는 별명을 가진 전과 3범…"이라는 내용의 신문기사(동아일보, 1937년 9월 15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제시대부터 쓰인 나름 유서 깊은 단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양아치가 ‘그 세계’에서도 가장 하류의 인간성을 지닌 자라는 뜻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양아치의 특징으로 정리되어있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첫째 사소한 이유에도 폭력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다. 둘째, 허세가 매우 심하며 가끔 꼰대 같은 성격을 보인다. 셋째, 자신들의 권리엔 악착같으나 남의 권리는 자신을 위해선 가볍게 희생한다. 넷째, 공부 여부를 떠나 ‘법보다 주먹이 빠르다’는 것과 ‘강·약·약·강(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하다)’의 논리로 자기보다 센 사람에겐 굴복한다.

최근 인천 계양구에 동냥하듯 나타난 자가 있다. 그는 그 진영의 신진 대장격으로 분류되며 무리를 이끌고 다닌다. 평범한 국민이 놀랄 정도의 폭력성을 보인다. 허세가 매우 심하고 꼰대 같다. 자신의 권리엔 악착같지만, 약자들의 하소연은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 당내 비주류 출신에 온갖 부정과 위법한 행동에 대한 의혹이 드러나는 중에도 악착같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가, 살기 위해 계양에 나타났다.

계양구 주민들은 그에게 묻는다. "계양이 호구냐"라고. 주로 악당다운 별명을 향유하던 그에게 새로 붙여진 별명은 "계양아치"이다. 그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계양구민의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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