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서민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다. 오월 정신이 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세계 속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 5.18 묘지에서 열린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1980년, 광주는 군부독재 정권의 폭압에 저항한 유일한 지역이었다. 특히 전남도청을 지키던 광주 시민들이 2만5천의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1시간 반 동안 맞서 싸운 5월 27일의 전투는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5.18은 1988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정식 규정됐고, 1995년엔 5.18 특별법이 만들어졌으며, 1997년엔 5.18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이는 5.18이 좌파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한민국의 상징이 됐다는 의미다. 올해 소속 정당 의원들과 5.18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당선인의 메시지도 이를 확인시켜 준다.

물론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느니 하는 식의 덜떨어진 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지만, 어느 곳이나 또라이는 있기 마련이니, 이를 보수 전체의 의견으로 침소봉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이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천안함 폭침을 무조건 북한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한 발언"이라는 망언을 했다고 좌파 전체가 또라이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이 5.18을 성역화하고 특정 진영의 전유물로 이용하려는 행위가 잇따라 벌어지는 것은 유감스럽다. 첫 번째가 2020년 말에 있었던 5.18 왜곡 처벌법의 통과다. 5.18에 대해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 내용만 보면 이게 뭐 잘못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특정 사건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정의해 놓고, 이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고 과한 처벌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다. 굳이 이 법이 없어도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은 처벌이 가능했으니 과잉입법이란 말도 나올 법하고, 6.25나 4.19, 천안함 등에 대해서는 비슷한 법이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이 법안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1980년 광주 시민의 목소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쪽은 더불어민주당, 광주 정신을 왜곡하는 것은 오히려 좌파들이 아닌가?

두 번째, 광주 정신을 지켜야 할 이들의 침묵이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 검수완박 정국에서 탈당을 감행한다. 이는 다수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안건 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는 꼼수였기에, 언론과 국민은 이를 ‘위장탈당’이라 비난했다. 5.18 정신이 아직 광주에 남아있다면, 이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어야 했다.

하지만 광주는 조용했다. 심지어 광주시장 후보로 나선 이가 민형배의 탈당을 광주정신으로 추켜세우기까지 했음에도, 광주는 여전히 조용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5.18 단체 4곳은 민형배에게 ‘자랑스러운 5.18 광주인 상’을 줬다. 그가 5.18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했던 위장탈당은 진짜 광주정신에 대한 배반이었다는 점에서, 이 상은 5.18에 대한 모욕이었다. 하지만 광주는 여전히 조용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 번째, 주사파들에 의한 5.18의 왜곡이다. 예컨대 지난 5월 11일,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이란 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을 반대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있었던 전두환에 대한 긍정평가가 그 이유, 하지만 그들은 그 발언이 있기 몇 달 전 "1980년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 독재정권의 후예가 국민의 힘"이라며 정당해체를 요구한 바 있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가 그와 비슷한 발언을 했을 때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극도의 편파성까지 보였으니, 이래서야 광주정신이 대한민국의 정신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런가 하면 민중민주당은 해마다 5월이면 광주정신을 계승한답시고 미군철수를 주장한다. 보수 인사들의 망언에도 적극 대처해야겠지만, 5.18을 이용해 북한이 좋아할 소리를 늘어놓는 행위에도 엄중히 대처해 주기 바란다.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손에 쥔 것은 태극기였으며, 그들이 부른 것은 애국가였으니 말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