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로봇시장에 정식 출사표를 던졌다 .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이 올해 초 ‘CES 2021 삼성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삼성봇 케어’와 ‘제트봇 AI’, ‘삼성봇 핸디’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초고도 성장이 예견되는 글로벌 로봇시장에 K-게임 체인저가 출격한다. 이달 7일 ‘뉴삼성’을 기치로 내걸고 재계의 예상을 깨는 쇄신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가 지속 가능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차세대 먹거리로 로봇을 낙점하고, 본격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상설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2월 당시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 사장 직속으로 로봇사업화 TF를 발족하고, 삼성리서치의 선행연구를 넘겨받아 사업화를 위한 정지작업을 수행해왔다. CEO 직속 조직으로써 기대를 모으고는 있었지만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정식 사업팀이 됐다는 점에서 로봇사업에 대해 삼성전자가 가진 열의의 크기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 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수요 폭발로 로봇시장의 성장성이 대폭 높아지면서 진출 시기를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이 삼성전자 로봇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굴지의 대기업들이 일찌감치 인공지능(AI) 개인화 서비스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로봇을 미래 ‘캐시카우’로 육성하고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와 세계 시장을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될 LG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지능형 로봇의 핵심인 5G·AI 기술력을 앞세워 로봇업계에서 존재감을 과시 중인 SK텔레콤과 KT도 만만찮은 상대다.

실제 LG전자는 지난 2017년 SG로보틱스, 이듬해 로보스타를 인수한 이래 자율주행 실내 배달 로봇 ‘LG 클로이 서브봇’, 안내로봇 ‘가이드봇’, 비대면 방역로봇 ‘살균봇’, 핸드드립 커피 추출 로봇인 ‘바리스타봇’, 음식을 조리하는 ‘셰프봇’ 등 5종의 서비스 로봇을 상용화했다. 인천국제공항, 코엑스몰, 서울경마공원, LG트윈타워 등지에서 이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또한 4륜형 실내외 통합 배송로봇과 한국형 잔디깎이 로봇 시제품도 개발, 사업화를 위한 기술 고도화에 착수한 상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지난 6월 1조원 이상을 투자해 4족·2족 보행 로봇의 세계 최강자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는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첫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정 회장이 사재 2490억원을 들여 지분 20%를 확보했을 정도로 큰 공을 들였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첫 합작 프로젝트는 올 9월 선보인 AI 기반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이다. 기아 광명공장에서 시범 운영중인 이 로봇은 좁은 공간과 계단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3D 라이다(Lidar)·열화상 카메라 등 첨단 센서를 활용해 출입구 개폐 여부, 화재(고온) 위험, 외부인 무단 침입 등의 감지가 가능하다.

물론 삼성전자도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프로토타입 수준이지만 지난해 노약자·어린이용 돌봄로봇 ‘볼리(Ballie)’,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젬스(GEMS)’를 공개했다. 또한 올 1월에는 가정용 서비스 로봇 ‘삼성봇 핸디’를 시연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로봇업계는 이번 삼성전자의 참전이 국내는 물론 세계 로봇시장의 판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관계자는 "삼성전자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에 더해 그동안 OLED TV나 5G 장비에서 보여준 막강 기술력과 자금력, 추진력을 감안할 때 오픈 이노베이션에 의한 로봇산업 생태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유망 로봇업체의 인수합병(M&A)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기술력을 단숨에 높여 경쟁사를 압도할 방안으로 M&A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8월 로봇,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등의 분야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관계자는 "세계 로봇시장은 오는 2025년 209조원, 서비스 로봇시장도 약 95조원으로 급성장이 예견된다"며 "5G 기술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모아 지능형 로봇의 표준화를 선도한다면 반도체, 조선, 자동차에 맞먹는 또 하나의 K-대표산업 탄생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LG전자가 지난 7월 공개한 실내외 통합배송로봇. 바퀴 사이의 간격을 조절해 지형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최적화된 주행모드로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
LG전자가 지난 7월 공개한 실내외 통합배송로봇. 바퀴 사이의 간격을 조절해 지형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최적화된 주행모드로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첫 합작 프로젝트로 올 9월 선보인 ‘공장 안전서비스 로봇’.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첫 합작 프로젝트로 올 9월 선보인 ‘공장 안전서비스 로봇’.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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