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서평】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 곽성문 사장
  • 승인 2018.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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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으로 740여 쪽의 두툼한 책이지만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 말들이 어찌나도 많은 지.

두 눈 부릅뜨고 촛불의 광란을 지켜본 작가의 아픔과 회한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 책은 국정농단이라는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과 마녀사냥이 시작된 2016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1년 4개월에 걸쳐 소설가 김규나가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을 모은 산문집이다. 거짓과 선동 그리고 촛불의 광기가 나라를 뒤덮어 대한민국이 미쳐 돌아간 광란의 시기를 고통스럽게 살아간 한 소설가의 냉철한 기록이며, 용감한 외침이기도 하다.

우선 의미 있는 몇 몇 날짜의 글을 인용해보자.

*2016년 10월 14일 금요일(페이스 북의 집필을 시작하며)

오늘부터는 하고 싶은 말 하고 살겠습니다. 뭐 무서워서 이 나이가 되어서 좋은 거 좋다고 말 못하고 싫은 거 싫다고 말 못하고 살았던 것일까요. .......(중략) 나는 헬 조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법과 가치를 믿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신뢰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아버지 세대에 감사합니다.

*2016년 10월 28일(내가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다. 안보 때문이다. 북한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려면 안보가 필요하고, 식견이 낮은 내가 보기에 그 쪽에 관심 있는 분은 오직 이 분뿐이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5일 토요일(한국작가회의의 대통령 퇴진 요구 시국선언에 대해)

참담하다. 혹시 내가 틀린 것일까. 정말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모두가 외눈박이인 세상에서 두 눈 달린 괴물이 된 기분으로 이 시대를 산다. 훗날 그래도 한 사람, 이 시대를 제대로 본 ‘작가’가 있었다고 기억되길 바란다.

*2016년 12월 24일 토요일 (주장과 다른 속내)

‘박근혜가 잘못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이야기하는 소위 ‘보수’라는 언론인, 정치평론가들 중 일부는 김영란법에 앙심이 더 큰 것 같다. 그들 무리가 원하는 건 다만 자신의 이권을 지키는 것, 되찾는 것, 빼앗기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워진다.

*2017년 1월 3일 화요일 (국민이 원하는 재판 발언에 대해)

존경하옵는 이진성 헌버재판관께서 “국민들이 원하는 재판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죄송하지만 미천한 이 귀에는 그게 말인지 말똥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말씀하신 국민이 어느 국민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재판관은 국민의 뜻이 아닌 오직 법대로 판결해주시는 분임을 배워서 알고 있을 뿐이다.

*2017년 3월 10일 (헌재의 탄핵 선고일)

대통령은 헌법을 위반한 증거는 없으나 헌재 8인의 재판관이 관심법으로 판단,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박약하다며 파면했다.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했으나 이념은 최소한의 인간 양심마저 파괴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헌재를 대한민국 살해 혐의로 기소한다!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는 이 산문집은 두 권으로 740여 쪽의 두툼한 책이지만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 말들이 어찌나도 많은 지. 두 눈 부릅뜨고 촛불의 광란을 지켜본 작가의 아픔과 회한이 그대로 전해진다.

소설가 김규나는 페이스 북을 통한 집필의 동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블랙리스트라는 용어와 함께 文을 지지하는 예술인 명단이 발표되었다는 기사가 눈에 띠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찾아본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 ‘2012년 12월 文후보 지지선언 문화예술인 4,110명’ 중의 하나가, 블랙리스트 명단 문화예술계 9,473명 중의 하나가 나, 김규나였다.

대면이든 서류든 전화든 지지 의사를 밝힌 적 없었고, 행여 꿈에라도 그런 뜻을 품어본 적이 없었기에 블랙리스트는 진실이 아니라고 직감했다.”

그래서 작가는 진실을 찾아내고 희망을 밝히는 글을 쓰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하고 페이스 북을 찾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좌파 세력이 문단, 예술, 출판, 문화 권력을 쥐고 흔드는 현 세태에서 왕따가 되는 선택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김규나의 산문집은 특이하게도 150여 편의 문학 작품과 영화, 드라마를 화두로 제시하면서 광란의 그 하루하루를 조명하고 있다. 세익스피어, 조지 오웰, 밀란 쿤데라, 솔제니친 등의 문학 작품과 ‘당신이 잠든 사이’, ‘어톤먼트’와 같이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와 드라마를 폭넓게 인용하고 있다. 헤로도투스의 ‘역사’나 에리히 포름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와 같은 상당히 무거운 저서들까지 인용된 것을 보면서 작가의 독서 편력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영화 및 드라마에 대한 해박한 관심과 해석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예를 들어 2017년 12월 7일 목요일의 글을 보자. 작가는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를 소개하며, 이렇게 외친다. “당신이 잠든 사이, 깨어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그 어느 때 보다 마음 졸이며, 혹은 가슴 설레며 2017년 2월, 또 다시 맞이한 새로운 아침. 우리는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은 잠들어 있는가, 깨어 있는가. 아니 나는 잠들어 있는가, 깨어 있는가.”

작가는 또 로알드 달의 작품 ‘목사의 기쁨“을 소개하면서 거짓의 신기루에 빠져 환호하는 언론과 검찰을 묘사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보기스는 성직자로 가장하고 시골 마을을 찾아다니며 방치된 골동품을 챙기는 소위 ’사기꾼 나까마‘이다. 보기스가 어느 날 인생을 역전시켜줄 보물을 찾고서 일화천금의 꿈에 부풀어 들떠 있는 모습을 인용하며 작가는 이렇게 썼다. “한 명의 호스트 출신의 사내와 그를 둘러싼 언론과 검찰, 국회가 벌인 국정 농단. 저들도 자신들의 거짓으로 얻게 될 눈앞의 황금과 권력을 그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듯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만만하기만 할까?”

작가는 세 개의 키 워드, 즉 개인, 진실, 희망을 일관되게 주장하며, 암울하고 광기에 가득 찬 시대임을 인정하지만 진실과 희망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다. “지금이야말로 함께 고통을 나누어 져야 할 때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한민국이란 역사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어떤 역경 속에서도 절대 죽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고 절망으로 끝맺음하지 않는다. 그러니 견디셔야 한다. 다시 마음 모아 지혜 모아 일어서야 한다. 시간이 걸릴 뿐, 반드시 이 어둠은 끝난다.

김규나는 2006년 단편소설 ‘내 남자의 꿈’으로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칼’로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연속 당선되며 등단했다. 2010년 단편소설집 ‘칼’을 출간했고, 2017년에는 한 인간이 진실한 개인으로 다시 깨어나는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첫 장편소설 ‘트러스트미’를 출간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 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소설가 김규나가 문단에서 왕따가 되는 것처럼, 우파 또는 보수로 분류되는 작가의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조차 없는 이 외눈박이 세상에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를 출판한 비봉출판사 박기봉대표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를 표하면서, 이런 책을 구매해서 읽고 공감하는 것도 작지만 확실한 애국이 아닐까 권해본다.

저자 김규나/ 비봉출판사/ 2018, 07
저자 김규나/ 비봉출판사/ 2018, 07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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