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대통령님께 고함"... '나노'가 답이다
【人터뷰】 "대통령님께 고함"... '나노'가 답이다
  • 권채빈 기자
  • 승인 2018.08.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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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한국의 미래

보이지 않는 세계, '나노 기술'이 한국의 미래

“세계최초, 세계유일 나노기술” 한국에 있다
권채빈 기자의 터뷰

“세계최초, 세계유일 나노기술”로

2018노벨물리학상 후보 등재된

에이펙셀(주) 이사 강대일(姜大一)

에이펙셀(주) 강대일 이사

“당장 일자리를 무한 창출할

진정한 산업혁명, 소재혁명이 실현된 겁니다”

각종 소재 또는 물질을 나노(nano, 10억분의 1m) 크기로 쪼개고, 이를 다시 필요한 형태로 재합성·재가공하는 이른바 나노기술.

이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며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엄청난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야기돼 왔다. 그러나 그뿐, 과학 또는 공학 부문에서 이 기술을 실현하고 그것을 통해 실제로 어떤 결과물(신소재나 신제품)을 만들어낸 사례는 거의 없었다. 강대일 이사가 이끄는 에이펙셀 연구팀은 “그간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최초로 이른바 ‘건식(乾式) 나노기술’ 개발에 성공해 이미 전에 없던 신소재, 신제품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기술로 연구팀은 한국노벨재단 추천을 거쳐 현재 스웨덴 노벨위원회에 ‘2018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공식 등재됐다.

■ 지난 7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의 한 호텔 식당. 강대일 이사는 약속시간 30분 전 이곳에 미리 도착해 누군가를 기다렸다. 이윽고 정오가 되자 상대방이 나타났다. 노벨상 심사위원이자 스웨덴 국립과학기술관의 수석큐레이터(現국립과학관장)인 마리아나 백(Mariana Back) 여사였다. 인사하고 자리에 앉으며 그는 강 이사에게 첫 마디를 이렇게 탁 꺼냈다. “일정 때문에 점심때 한 시간만 얘기할 수 있는데, 괜찮겠죠?” 그곳까지 수십 시간 날아간 강 이사 그리고 동행한 한국노벨재단 유재기 사무총장으로서는 쩝쩝, 매정한 노릇이었다. 

노벨상 심사위원이자 스웨덴 국립과학기술관의 수석큐레이터(現국립과학관장)인 마리아나 백(Mariana Back) 여사

앞서 1월, 에이펙셀의 나노기술이 한국노벨재단을 거쳐 스웨덴 노벨위원회(과학상)에 ‘2018물리학상 후보’로 등재되고 6개월 만이었다. 마리아나가 이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몇 달 전부터 “직접 얘기를 듣고 싶다” 해서 일정을 맞추고 맞춰 마련된 자리였다. 그런데 달랑 한 시간이라니….

어쩌랴. 한 숟갈 뜰 새도 없이 강 이사는 자료를 펼쳐놓고 에이펙셀의 나노기술을 설명했다. 열띤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대단한 기술이네요. 내 근무처로 함께 갑시다.” 마리아나가 일어서며 말했다.

그로부터 그 다음날까지 이틀 동안, 마리아나는 자신의 공식일정 외 모든 시간을 오롯이 강 이사와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헤어지기 전 마리아나는 “그동안 나노 분야에서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때가 된 것 같다”고 강 이사에게 인사했다.

■ 7월31일 아침 10시. 서울 서교동 에이펙셀과학관 2층, 응접실에서 기자와 마주한 강 이사는 자신이 스웨덴에 다녀온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러고는, 기자가 뭘 묻기도 전에 자기 의자를 테이블 쪽으로 바짝 당겨 앉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에이펙셀과학관 입구

◇ ‘본사를 우리나라로 이전해 오라’

“이제 적어도 소재 분야에서는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이 실현됐다, 저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기술로 당장 일자리 무한 창출이 가능합니다. 시간문제일 뿐,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 나노 단지(團地), 나노 공장들이 세워지고 거기서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획기적인 나노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서 세상을, 사람들 생활을 확확 바꿔나갈 겁니다. 우리 쪽에서 과장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처음에 기술이 개발되고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정부 쪽에서, 또 국내외 숱한 대기업들이며 연구소에서 달려들어 우리 기술의 완성도와 효과를 검증했거든요. 그 결과, 이제 진정한 나노기술이 나왔다, 인정받았고 ‘본사를 우리나라로 이전해 오라’ ‘당장 우리와 손잡고 일해 보자’는 러브콜을 많이 받았습니다.”

■ 각종 소재나 물질을, 일반 현미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분자 크기부터 999nm(나노미터, 10억분의 1m)까지 쪼개고 다시 합성, 가공하는 기술. 나아가 그것을 가지고 신소재, 신물질을 창조해 내는 소재과학, 재료공학의 신세계!

나노기술, 나노과학이란 말은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숱하게 소개돼 이제는 과학이나 공학을 모르는 대중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됐다. 그러나 그 내용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나노기술은 ∼을 할 수 있어서 놀랍다, 대단하다, 엄청나다’는 것이 전부다. 실제로 나노기술이 개발되고 실현돼서 ‘∼을 하게 됐다, ∼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런가? 강 이사의 자세한 배경설명은 이렇다.

◇ 나노 단계로 '쪼개는' 방법은 세계 어떤 선진국에도 없다

“나노과학은 일단 어떤 소재나 물질을 극미세 크기로 '쪼개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유기물이든 무기물이든 그 특성을 살려가며 나노 단계로 '쪼개는' 방법은 세계 어떤 선진국에도 지금까지 없습니다. 그 내용은 현재 대학의 공학교재에도 쓰여 있습니다. ‘분체(粉體)공학에서 1㎛(미크론=1,000나노미터) 이하로 쪼개는 것은 진입장벽’이다, 말이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나노기술이란 것은 재료를 쪼개고 쪼개다, 결국 미크론 넘어 나노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용매에 녹여야 했습니다. 미크론 단계까지 쪼갠 재료를 가령 염산 같은 것으로 녹여야 비로소 나노 크기로 만들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염산에 녹은 나노 알갱이들이 응집현상을 일으킵니다. 서로 마구 엉겨 붙는 거죠.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기다 또 다른 보조용액(=분산제)을 써서 그 엉겨 붙은 놈들을 떼어냅니다. 그렇게 끝나는 것도 아니고, 분리된 알갱이들을 다시 세척해서, 앞서 묻었을 염산과 분산제를 없애야 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하나는 염산에 녹이고 분산제로 떼어내고 하는 동안 본래 재료나 물질의 특성이 변질되는 겁니다. 또 다른 하나는, 알갱이에 묻은 염산이나 분산제가 100% 세척된다고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얘기돼 온 나노기술, 나노과학이란 게 그 수준입니다. 한계가 분명하죠. 염산이다 분산제다 용액을 사용하는 까닭에 이를 습식(濕式) 나노기술이라 합니다.

◇ 염산도 분산제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에이펙셀 나노기술은 용매를 쓰지 않고 나노 입자를 제조하는 기술입니다. 염산도 분산제도 쓰지 않습니다. 나노 입자를 만드는 데 녹이고 씻고 하는 과정이 없는 거죠. 어떤 물질이나 재료를 우리 나노기술로 개발한 장비(= Nano 3D Mill)에 집어넣어서 그냥 그대로, 나노 크기로 쪼개내는 겁니다. 그래서 건식(乾式) 나노기술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1미크론 직전 단계, 그러니까 1나노에서 999나노까지 ‘필요한 나노 크기’로 마음대로 쪼개고 썰어냅니다. 전자현미경으로 그 결과가 선명하게 확인됩니다. 그러고는 그 쪼개진 미립자를 다시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합성하고 재가공합니다. 원재료나 물질의 특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건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상상 못했던 새로운 효과와 효능들도 생겨납니다.”

■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에이펙셀의 나노기술이 노벨상 후보로 등재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 2000년 나노기술 개발, ~2008년 한국 미국 중국 등 발명특허 획득.

- 2004년 나노장비로 대한민국기술대전 금상(총리상) 수상.

- 2009년 특허스타기업 지정(특허청)

- 2011년 세계적 권위 미국 IFT 국제식품과학기술박람회에서 72년 만에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나노칼슘제로 기술혁신대상 수상.

- 2011년 ‘세계최초’ ‘세계유일’ 기술이란 표현에 대한 학계·업계와의 과학검증 소송에서 1심-2심-대법원 승소판결.

- 2013년 미국 FDA에 골다공증, 심혈관, 키 성장 등 치료제로 나노칼슘제 등록

- 2017년 한국노벨재단, 에이펙셀 나노기술 노벨물리학상 후보 인증

- 2018년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 에이펙셀 나노기술 노벨물리학상 후보 접수

- 2018년 한국노벨재단, 에이펙셀 나노기술 차기년도(2019년) 노벨화학상 후보 인증

노벨 후보 자료 영구보관
노벨 후보 자료 영구보관

이 같은 ‘약력’이 보여주듯 에이펙셀의 나노기술은 그 완성도와 효과가 국내외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입증되고 인증됐다. 각종 유기물과 무기물 재료에 대한 에이펙셀 연구팀의 다양하고 방대한 실험결과와 효과는 두툼한 몇 권 책 분량으로 스크랩돼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 건강식품 분야

일반적으로 인체 소화기관을 거쳐 소장(小腸)의 융털돌기로 흡수되는 영양성분의 총량은 본래 식재료가 가진 그것 중 1~20%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령 인삼 버섯 전복 등식재료를 나노기술로 가공해 섭취하면 본래 재료가 가진 영양성분의 99% 이상, 그러니까 영양성분을 (맛, 향, 색상, 영양소까지) 거의 전부 흡수한다. 그만큼 식재료가 가진 건강효능, 의약효능이 극대화된다. 에이펙셀은 이에 따라 우선, 나노기술로 생체 흡수율 및 생체이용률을 극대화시킨 다양한 건강기능 식품을 개발해 왔다.

◇ 의약품 분야

그동안 불치병으로 간주돼온 골다공증을 완치하는 것으로 입증된 칼슘제가 대표사례다. 이름하여 나노칼슘제다. 천연물질인 굴 껍질을 재료로 개발한 나노칼슘제는 골다공증을 비롯해 칼슘과 관련된 주요 질환에 대해 지금까지의 다른 의약제보다도 ‘확실한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국내외 각종 실험에서 입증됐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골다공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골밀도 회복 임상시험에서는, 미국의 굴지 제약회사 제품은 3개월 복용 후 골밀도가 오히려 떨어진 반면 에이펙셀 나노칼슘제는 월등히 골밀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이에 주목한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나노칼슘제의 판매독점권을 놓고 치열한 물밑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미 국방부도 자체 시험을 거친 뒤, 세계 각지에 나가 있는 미군들에게 나노칼슘제를 보급하겠다, 에이펙셀 측에 의사를 밝혀 왔다.

◇ 소재․재료 분야(나무 소재)

한지(韓紙) 재료인 닥나무를 나노 분쇄, 5mm 두께 판(板)조각을 만들고 동일 두께의 철판과 마모도 비교를 했다. 강철도 갈아내는 인공다이아몬드 숫돌에 두 판조각을 갈아보았다. 나노 판조각은 원재료가 나무인데도 강철보다 훨씬 단단했다. 마찰 시 발생하는 열전도 또한 전혀 없었다. 이 나노 소재는 앞으로 비행기,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 소재․재료 분야(형광물질)

TV 화질(선명도)을 좌우하는 형광물질(현재 2~10미크론 크기)을 나노기술로 200나노까지 쪼개서 그 선명도의 변화를 실험했다. 기존 형광물질보다 30배가량 더 선명도가 향상됐다.

이처럼 나노기술의 완성도와 실효성이 인정되면서,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에이펙셀과 손을 잡자, 달려들었다. 국내에서도 5대 제약사를 비롯해 SK 포스코 삼성 엘지 한화 등 신소재, 신사업을 찾는 대기업들의 합작 제의가 그동안 잇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엄청난 나노기술이 어째서, 개발 후 20년 가까이 되도록 정작 세상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혹은 왜 크게 사업화, 산업화되지도 못했을까. 지난 2011년 포스코와 사업계약 성사 직전 일이 틀어진 사례가 그 전반적인 배경 사연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 2009년 5월 당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회사 보고체계를 통해 에이펙셀 연구팀의 나노기술을 알게 됐다. 같은 해 6월9일, 강 이사는 오후3시부터 30분 동안 정 회장에게 나노기술에 대해 직접 브리핑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런데 앞서 노벨위원회의 마리아나 여사가 그랬던 것처럼, 이날 정 회장은 예정된 30분을 훨씬 넘겨 오후 5시 반까지, 두 시간 반 동안 강 이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고는 이내 에이펙셀과 포스코 간 공동사업 논의가 본격 진행됐다.

◇쏟아져 나오는 슬래그를 고품질 모래로 재생산

창사 이래 포스코는 용광로에서 쏟아지는 막대한 양의 쇳물찌꺼기(슬래그slag)를 처리하는 게 큰 일이었다. 날마다 산더미를 이루어 보관하기도 쉽지 않고 활용처도 마땅치 않았다(이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 철강업체들의 공통된 고민이다).그런 터에 에이펙셀의 나노기술로 쏟아져 나오는 슬래그를 고품질 모래로 재생산할 수 있음을 알았다. 모래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든 기초 건축자재로 항상 그 수요가 있다. 또 나노기술로 슬래그를 모래로 바꾸면 바다, 강 등에서 따로 모래를 퍼올리지 않아도 되는 까닭에 환경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여기서 나아가 포스코는 장차 회사가 지향하는 고부가가치 신소재 및 전지소재 등 신사업 분야도 이 나노기술에 바탕해 충분히 진출할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제철수의 골치덩어리 슬래그
제철소의 골치덩어리 슬래그

 

◇분쇄기술의 기초원리를 포스코에 공개할 것

일차적으로 포스코가 에이펙셀의 나노기술을 직접 검증하는 데 소요될 제반 비용으로 3억1백만 원을 내놓았다. 10개월 동안 검증과정을 거쳐 이윽고 2010년 4월8일 당시 권오준 부사장(2018년 포스코 회장 퇴임)이 이끄는 협상팀이 포항의 에이펙셀 본사로 찾아왔다. 4조5천억 원 규모 투자계약이 성사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앞서 정 회장에 대한 브리핑 이래 두 회사 간 전혀 언급된 적 없었던 한 가지 새로운 협의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그것이 문제로 불거졌다. ‘에이펙셀사 보유 (나노)분쇄기술의 기초원리를 포스코에 공개할 것’이었다.

◇ 포스코와의 프로젝트를 접기로

강 이사와 에이펙셀 쪽에서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포스코와의 프로젝트를 접기로 했다. “4조5천억이란 돈이 적은 게 아니지만 원천기술을 공개하는 순간, 자금력을 갖지 못한 중소기업은 십중팔구 나중에 결국 모든 것을 대기업 쪽에 넘기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몇 차례 더 그 문제를 놓고 이야기하다 결국 협의가 중단됐습니다.”

■ 2008년 초 양해각서(MOU) 체결까지 진행됐던 미국 투자전문회사 윈덤세큐리티와의 합작사업도 비슷한 이유로 무산됐다. 당시 박승호 포항시장이 에이펙셀의 나노기술에 바탕해 “포항에 나노단지를 건설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적극 나서서 윈덤세큐리티의 투자를 유치했다.

강대일 이사

◇ ‘돈을 줄 테니 너희 모든 것을 넘겨라’

같은 해 2월 윈덤세큐리티 회장을 포함한 임원진이 포항의 에이펙셀 본사와 공장을 방문해 둘러보는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양자 간 5억 달러(6천억원)의 투자유치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그러나 미국 측에서 들고 온 최종 계약서에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이 한 줄 들어가 있었다. ‘윈덤 측이 51% 지분, 곧 경영권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돈을 줄 테니 너희 모든 것을 넘겨라’는 요구였다. 바로 그 날로 그간의 모든 협상은 없던 일이 됐다.

“기술이든 경영권이든 그것을 내놓는다는 것은 중소기업이 대기업한테 잡아먹히는 ‘으레 정해진 코스’입니다. 나노기술을 개발한 이후 우리는 그것을 가장 경계했는데, 접촉해 오는 대기업들마다 결국 그 예상을 빗나가는 법이 없더군요. 당장 수천억이다 조(兆) 단위다 해서 눈앞의 돈이 커 보이지만, 그것을 덜컥 집어먹었으면 이미 우리 기술도 회사도 훨씬 전에 다 없어졌을 거예요.”

■ 업계 쪽에서는 ‘욕심’ 때문에 그렇다 해도, 그런 욕심이 없을 것 같은 정부 쪽은 어떤가.

◇ 너무도 기가 막혀서

“2000년대 이후 나노과학을 목소리 높여 외쳐온 정부에서 왜 우리 나노기술에 관심이 없었겠습니까. 우리 기술에 대해 지식경제부에 설명할 기회가 있었죠. 그러자 정부에서 2008년 여름에 검토해 보라, 사람을 보냈습니다. 지식경제부 산하 모 연구원(院)의 연구인증 수석연구원이자 나노공학박사인 고위인사가, 모 제약사 연구소장이자 역시 공학박사인 다른 인사와 함께 회사에 찾아왔더군요. 몇 달 동안 수차례 오가면서 우리 나노기술에 대해 다 확인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나중에 정부에 써낸 ‘기술성 검토 및 평가보고서’의 결론이 ‘효과를 확인할 수 없고 기술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체 검증은 물론 외부 유수한 기관과 기업체의 검증에서도 나노기술의 완성도를 인증받은 터에 왜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게 된 것일까. 점점 더 목소리가 높아진 강 이사의 주장.

“그 사람도 관련 학자로서 우리 기술이 궁금했던가 봅니다. 우리 원천기술을 ‘나한테만 100% 공개하라’ 내내 요구했거든요.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과 동행했던 인사가 소속된 제약회사에 에이펙셀 나노장비를 설치하고 앞으로 의약품 쪽 나노사업은 그 회사와 독점거래계약을 맺어라, 종용했습니다. 우리가 그 두 가지 요구를 딱 잘라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나중에 검토보고서란 게 그렇게 나온 겁니다.

너무도 기가 막혀서, 이건 잘못된 것이다, 아예 보고서 내용 10개 항목 하나하나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는 내용을 자세히 써서 지식경제부에 재검토 요청을 했지요. 그런데 어떻게 답이 온 줄 아십니까. ‘이미 해당 과장(課長) 선에서 전결(專決)된 사안은 더 논의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게 담당창구가 막혀버리니, 이후 정부의 어디 다른 데는 하소연할 수도 없었죠.”

■ 그래도 학자와 교수, 전문가들이 모인 학계 쪽에서는 이 기술을 인정하고 편들어 주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 나랏돈 한 푼 지원받은 적 없는 민간업체에서 나노기술 개발에 성공

“도와주는 학자들이 없어요. 기술은 분명히 보란 듯 개발됐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게 됐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가만히 전후 사정을 살펴보니까 그 또한 돈과 관계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지난 2000년대 이후, 특히 나노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010년대 이후 정부에서 투입해온 나노 관련, 특히 그 대부분이 나노기술 ‘개발’과 관련된 예산인데, 10년 동안 1조3천억 원쯤 됩니다. 분명히 예산은 다 집행됐고 그 돈을 누군가 다 받아먹었어요. 그런데 아무런 결과물이 없는 겁니다. 그런 터에 나랏돈 한 푼 지원받은 적 없는 민간업체에서 나노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하니, 그동안 예산을 지원받았던 사람들 입장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니 나서서 우리 편들어 주는 이들이 없을 수밖에요.”

■ 이런 가운데 에이펙셀의 나노기술을 ‘알아주고 받아주는’ 손길은 중국에서 왔다.

2015년 1월 에이펙셀은 중국의 의약품 물류 전문회사인 국태약업유한공사와 ‘나노 골다공증 치료의약품 완제품 제조공장’을 건설하는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청도합작투자 의약품 제조공장 조감도
중국청도합작투자 의약품 제조공장 조감도

국태약업 쪽에서 부지를 제공해 공장을 건축하고 완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장비의 3분의2와 판매망까지 책임지기로 했다. 총 공사비 1조원, 연간 칼슘제 5억병(12조 원대 매출규모)을 생산하는 규모다. 에이펙셀은 국내(포항)에서 나노기술로 생산해낸 원료를 이 공장에 제공한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에이펙셀은 현지 공장에 원료를 계속 제공하고, 현지 공장에서는 완제품의 생산 유통 판매를 맡는 역할분담으로 본사의 부가가치 창출과 현지 일자리 창출, 모두의 수익창출이라는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다 잡는 구조”라면서 강 이사는 “우리 나노기술이 앞으로 이런 양상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2015년 9월에는 중국 청도시와 국태약업, 에이펙셀 삼자 간 ‘한국에이펙셀 나노기술 첨단과학공업단지’ 건설 계약도 성사됐다. 중국 측에서 에이펙셀 나노기술의 가치와 효용성을 꿰뚫어 보고, 발빠르게 나서서 아예 나노전문 단지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강 이사는 “이 단지에서는 향후 나노기술로 제작된 각종 소재로 전기자동차며 드론, 반도체 등 차세대 분야 제품들을 생산할 예정”이라면서 “이들 제품의 품질 경쟁력 또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 기업들의 욕심에 치이고, 정부와 학계의 비협조에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지만 강 이사를 비롯한 에이펙셀 연구진의 의욕과 열정은 식지 않는다.

강 이사는 “나노기술은 앞으로 모든 산업분야에 변혁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전자 반도체 에너지 항공 의료 건설 철강 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결국 나노기술을 응용한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우리 나노기술은 그저 한 회사만의 돈벌이를 위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와 국민 모두를 위한 새롭고 강력하고 무한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누군가 돈을 내놓는다 해서 그 기술이든 경영권이든 턱 하니 넘겨줄 수는 없다”고 못박아 말한다.

열정을 쏟아내며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기대하는 강대일 이사

에이펙셀 측은 나노기술과 장비(나노분쇄기)로 올해 노벨물리학상 후보에 등재된 것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각종 나노 신소재로 노벨화학상에, 2020년에는 각종 나노 의약품들로 노벨의학상에 잇달아 도전한다는 3개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강 이사는 “현 정부의 일순위 정책이 일자리 만들기인데, 그런 점에서 우리가 확보한 나노기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정부, 특히 대통령께서 주목하고 관심을 가지는 게 당장 온 나라에 큰 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ultarikong@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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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이엔지 2018-08-08 23:11:18
나노분야에 토종기술이 세계최고인데 그것을 인정하지않고 또 기술을 공개하라는 요구때문에 여러번 국가발전에 기여할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었는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이제라도 나노기술력을 바탕으로 청년실업 해결과 국가발전에 기여할수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미코 2018-08-08 18:07:20
창도란 ?모방의 문턱을 넘어서지 않고는 창조의 벽에 도달할수없다는 것을 띄어 넘어 남이 해보지 않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새로운 메카니즘을 연구한지20년 처음부터 결과물을 보고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보수라고 지칭한 고집불통 학자들에게 가로막혀 기술공개라는 진입장벽에 막혀 참으로 힘든 여정이였습니다 최고의기술을 가지고서 시장진입에 왜?왜?란 의문점들 이제야 이해되었습니다 나노는 우주의 원리를 알아가는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