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대기업 사외이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내각에 입각하면서 기업들이 신속한 후임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
다수의 대기업 사외이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내각에 입각하면서 기업들이 신속한 후임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

주요 대기업의 사외이사들이 새 정부의 총리와 장관 등으로 발탁돼 사외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이사회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상법 규정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사회의 사외이사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직후 6명에서 현재 4명으로 줄었다. 신규 선임된 한화진 사외이사가 윤석열 정부의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지난달 사임했고, 박병국 사외이사는 지난 17일 갑작스럽게 별세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 이사회의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비율은 6대 5에서 4대 5로 역전됐다.

교수·변호사 등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사외이사는 독립적 위치에서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과 대주주의 전횡을 감독·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내이사의 이사회 독주를 막을 수 있도록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최소 3명 이상)를 사외이사로 선임토록 상법에 규정돼 있다.

문제는 이번 삼성전자처럼 주총에서 선임한 사외이사가 사임이나 사망 등으로 임기 중 이탈한 경우다. 현행 상법은 사외이사가 과반수에 미달하게 되면 이후 열리는 첫 주총에서 충원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별도의 시한을 정해두지 않았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임시 주총을 열지 않으면 내년 3월 정기 주총까지 현 이사회의 구성이 유지될 수 있다. 대주주와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감시·견제하는 이사회의 기능이 장기간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사외이사의 입각으로 사외이사 비율이 미달한 기업은 또 있다. 에쓰오일과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한덕수 사외이사와 안덕근 사외이사가 초대 국무총리,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돼 사임하는 바람에 사외이사와 비(非)사외이사 수가 동수가 됐다. 이외에 LG디스플레이(이창양 산업부 장관), AK홀딩스(이상민 행안부 장관), 신세계인터내셔날(박보균 문체부 장관), LG이노텍(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도 내각 합류를 이유로 사임했다.

각 기업들은 서둘러 후임자를 물색 중이지만 마땅한 인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분위기다. 특히 내달 6·1 지방선거 이후 대기업 사외이사들의 ‘줄사임’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 상사법무과 관계자는 "불가피한 사유로 사외이사의 결원이 생기면 가능한 한 빨리 주총을 열어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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