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면서 남긴 '잊혀진 사람 되고 싶다'라는 말 무색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차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 오후 약 10분간 통화했다. /연합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차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 오후 약 10분간 통화했다. /연합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는 2주 전인 지난 9일 자정을 기해 끝났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숟가락 얹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퇴임하면서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남긴 문 전 대통령이지만, 새 정부 출범 후 그가 보이는 행보를 보면 오히려 ‘절대 잊혀지고 싶지 않다’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생색내는 것 같아 조심스러우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조율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한 것이 아니라 이미 이전 정부에서 추진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경북 유세 현장에서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대통령 하나 바꿨는데 대한민국의 국격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이어져 온 대미 외교가 바탕이 됐기에 한미정상회담이 가능했다"면서 "국민의힘은 걸핏하면 한미동맹이 파탄 났다고 하는데, 정말 파탄 났다면 정부 출범 10일 만에 정상회담이 가능했겠느냐"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 의원의 이런 발언 역시 문 전 대통령의 ‘숟가락 얹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전 정부의 공이 크다고 강조함으로써 윤석열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위함인 셈이다.

실제로 윤 의원의 발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증명할 방법은 없다. 윤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당시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이 무산된 데 대해서도 "백악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며 "회동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미국 측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는 말 역시 사실 여부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오히려 현직 대통령이 멀쩡히 있는데, 전직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만난다는 것은 대단한 외교적 결례에 해당되는만큼, 백악관 측에서 그런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문 전 대통령의 임기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결의한 대 러시아 제재에 뒤늦게 참여하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실망스럽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굳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야 할 이유도 없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10분 가량의 전화통화는 이뤄졌다.

윤 의원은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를 두고 "국가 지도자로서 초당적 대화였다"면서 "민감한 정치적 소재나 외교적 사안을 이야기할 계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강화한 문 정부의 노력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고, 문 전 대통령은 아시아 첫 순방지로 한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한 정도"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