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디케이터의 크로거 슈퍼마켓 분유 진열대가 비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감소와 분유업체 애보트의 불량 제품 리콜 사태로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빚어지는 등 분유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다. /EPA=연합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디케이터의 크로거 슈퍼마켓 분유 진열대가 비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감소와 분유업체 애보트의 불량 제품 리콜 사태로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빚어지는 등 분유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다. /EPA=연합

"21세기 미국에서 아이들이 먹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마음이 아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52)가 지난해 1월 남편의 퇴임 후 가진 첫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분유 대란’ 상황에 대해 이같이 논평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리더십 (부족)"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정조준한 답변을 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최악의 유아용 분유 부족 사태로, 독일에서 군용기를 동원해 긴급공수에 나섰다. 첫 물량이 22일 미국 본토에 도착했다. CNN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7만8000파운드(약 3만5380kg)의 네슬레 분유를 실은 미 공군 C-17 수송기가 이날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인디애나폴리스는 네슬레의 미국 내 유통 중심지다. 이날 공수된 분유는 우유 단백질 과민증이 있는 아기에게도 먹일 수 있는 의료용 저자극성 특수제품으로, 9000명의 영아와 1만8000명의 유아를 1주일간 먹일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분유 공수작전’(Operation Fly Formula)이 진행 중이다. 백악관이 며칠 이내 네슬레의 자회사인 미 유아식품 회사 거버 분유도 배포할 계획임을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한국 방문 후 일본으로 향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용기(에어포스원) 기내 브리핑에서, 분유 해외 공수에 통상 2주 걸리지만 정부가 개입해 이를 사흘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수된 분유가 미국 내 특수 의료등급 분유 수요의 약 15%를 감당할 것이라는 게 백악관 추산이다.

미국의 ‘분유 대란’ 사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 대란에, 미국 최대 분유 제조사인 애벗 래버러토리스가 박테리아 오염 가능성을 들어 제품을 대거 리콜하면서 악화했다. 1인당 구매량이 제한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에서 자체제조(DIY) 분유제조법이 유행한다"며 위험성을 보도했다. 분유가 없어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도 있다. 애벗은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과 생산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제품이 시중에 나오려면 6∼8주 걸린다.

저소득층에 치명타가 될 이번 사태를 CNN은 "어려운 중간선거 상황에 또 하나의 정치적 상처"로 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경고를 너무 늦게 내렸으며, 백악관을 위기 모드로 몰았다"는 것이다. 물가앙등을 탓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정부의 정책 대응을 심판할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멜리니아 여사 말대로 ‘21세기 미국에서 분유 대란’은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피를 뽑아 파는 서민들까지 등장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했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면 미국은 올여름 ‘스티커 쇼크’(예상 밖의 가격상승에 따른 충격)를 맞을 것으로 외신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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