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미국 정치철학자인 하비 맨스필드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우파 학계의 대부(代父)다. 팔순 나이의 그가 전공과 얼핏 관련 없어 보이는 책 <남자다움에 관하여 Manliness >를 펴낸 게 2007년인데, 당시 그 자체로 미국 지식사회에 화제였다. 3년 뒤 우리말 번역본도 나왔는데, 그 책은 "왜 요즘 들어 멋진 남성이 사라졌는가?" "여성다운 여성 역시 왜 함께 실종됐나?"를 동시에 묻는다. 그에 따르면 이런 변화 배경엔 현대사회의 타락이 자리하고 있다. 즉 우리시대는 남자가 여성 같고, 여성이 남자 같아진 사회다.

기계적 남녀평등, 즉 페미니즘이 말하는 이른바 젠더 중립이 큰 화근이다. 이통에 쪼그라든 남성은 자연스러운 성적 표현조차 미숙해졌고, 여성은 까칠해진데 더해 요즘 한술 더 뜬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으르렁대는 것이다. 폭발 직전의 이 갈등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맨스필드는 남자다움 즉 두모스(thumos)의 실종 탓으로 본다. 고대 그리스어 두모스는 서양판 호연지기(浩然之氣)인데, 수컷기질-상무정신과 통한다. 그것이 없어진 사회에서 소모적인 남녀갈등이 유발되고, 동시에 위선적 평화타령이 득세한다.

좌빨 학자와 사뭇 다른 그런 문제의식을 한국사회에 적용해볼까? 남자다움의 가치가 사라진 사회의 전형이 바로 2000년대 대한민국이다. 증거가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좌파 정권 이래로 페미니즘이 난리를 치고 있고, 북핵의 위협 앞에 이른바 ‘이성적 평화세력’이란 거의 악마적 속삭임이 그럴싸하게 통해오지 않던가? 완전 망조가 든 것이다. 그렇다. 요즘 한 조간신문의 기획물 ‘2022 다시 쓰는 젠더 리포트’가 화제인데, 정말 문제는 문제다. 남녀 혐오가 이토록 증폭되는 사회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결혼 포기, 출산 절벽에 희미해진 안보관념 그리고 여성가족부 존폐 논쟁까지 정말 머리 아프다. 희망은 없지 않다. 이 나라 갈등은 여성 차별로 악명 높은 이슬람권처럼 그렇게 문명 차원의 갈등은 아니다. 사회가치 재정립(좌파 척결)이나 정책(여가부 폐지) 등으로 너끈히 돌파할 수 있는데, 뜻밖의 해결도 가능하다. 그 실마리를 지상파TV 예능프로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본다. 진정한 여성주의를 보여주는 게 바로 그 프로란 판단 때문이다. 요즘 화제가 축구선수 손흥민인데, ‘여자 손흥민’ 송소희를 배출한 것도 그 프로다. ‘골때녀’를 말하고 싶어 며칠 온몸이 근질댔다. 곧 개봉박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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