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지성적이니?" "주인님이 가장 지성적입니다."

궁궐 속 거울은 언제나 보고 싶은 대로만 보여주고 듣고 싶은 대로만 들려주었다. 대통령과 영부인이라는 특정 주인님만 볼 수 있었던, 청와대라는 궁궐 속 거울의 기능이자 역할이었다.

그러나 그 거울은 더 이상 특정 주인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청와대라는 궁궐을 일반시민들에게 완전히 돌려준 2022년 5월 10일, 이 날은 단순히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의미를 넘은 역사적인 날이다. 청와대 안 그 거울이 대통령과 영부인만 마주하며 나눴던 일방적인 대화는 끝났다. 그 거울은 이제 일반대중을 비추며 사람들 사는 세상 그대로를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됐다. 보고 싶은 대로 보여주고 듣고 싶은 대로 들려주는 반(反)지성적 기능이 아닌, 거울 본래의 기능에 충실해 현실 그대로를 투영하게 됐다. 국민이 살아가는 삶과 정부를 향한 목소리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진실이고 과학이며 지성이다.

5월 10일 지성의 거울로 재탄생된 역사적인 날,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던 그를 지금의 자리까지 만든 건 다름아닌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희망이었다. 상식은 과학과 진실이 축적되어 우리사회를 비추는 지성의 거울이다. 반면, 반지성의 거울에는 지난 5년간 탈원전과 부동산 정책, 그리고 전 세계가 감탄한 K-방역이라며 자화자찬한 정치방역 같은 비과학과 거짓이 보인다. 상식을 깨뜨린 문 정부의 모습이 상반되어 비친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언급한 며칠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반지성 워딩을 정치적으로 역공하며 ‘반사’한 듯한 뉘앙스이다. 실제로 눈앞에 있던,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분들에게 한 말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더 이상 보고 싶은 대로 보여주고 듣고 싶은 대로 들려주는 궁궐 속 거울이 없어서일까?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반지성이니?"라는 물음에 거울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냥 ‘그’의 모습 그대로를 비추고 있을 뿐이다. 반지성을 반사한 그 거울에 반지성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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