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열
정창열

김정은이 지난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여정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선제타격 가능성’ 발언과 관련, "미친놈" "대결광"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하여 맹비난했다. 분이 덜 풀렸는지, 김여정은 이틀 뒤에 남한을 겨냥한 핵 사용 가능성을 거듭 밝히며 "이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이 한반도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는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그 자체가 엄청난 위협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정은 남매가 굳이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위협을 한 것은 ‘윤석열 정부 길들이기’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심리적 기저에는 남북의 국력 격차를 실감한 데 따른 초조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피상적으로만 인지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실감하게 된 계기는 김여정의 평창올림픽 참석이다. 2018년 2월 9일 김영남 등과 함께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김여정은 같은 날 저녁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접견 자리에서 김정은 친서를 전달하는 등 2박 3일의 공식 일정을 보내고 북으로 돌아갔다.

김여정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바를 가감 없이 오빠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평양 국제공항과는 비교가 안 되는 인천국제공항부터 KTX의 속도감, 고층빌딩 숲, 도로에 넘쳐나는 차량, 그리고 무엇보다 얼핏 봐도 자유롭고 풍요한 시민들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남매는 ‘독일 통일 당시 동·서독 GNP 비율이 1:3이었음에도 서독에 흡수통일 되었는데, 남조선 경제의 1/50에 불과한 우리가 살 길은 남조선을 무력 점령하는 것뿐’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발전한 모습에 대한 ‘배 아픈 심정’은,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의 방한 이후 담화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녀는 2020년 3월 자신의 명의로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맹비난하는 첫 담화를 내놓았다. 이어 대북 전단 살포, ICBM 발사에 대한 우리의 대응 등 주요 사건에 담화를 발표할 때마다 ‘특등 머저리’ 등의 온갖 비속어를 동원해서우리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샘이 난다고 하더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을 건설한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정부를 폄하(貶下)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더불어 최고 권력자의 누이가 여느 시정잡배도 공개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을 막말을 동원해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김씨 일가가 대를 이어 통치하는 북한이라는 체제의 수준을 드러낼 뿐이다.

한편 김정은은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려 했지만, 대한민국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 두려워하는 반응을 보여야, 그 과정에서 ‘김여정 하명법’을 만들게 했던 것처럼 자신들이 의도하는 바를 관철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은 방관으로 일관하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북한의 도발 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경제난 등 해결해야 할 내부 문제가 산적한 데다 남북문제까지 여의(如意)치 않은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답답하고 초조한 상황이다. 이런 국면을 타개하려고 선택한 것이 ‘핵능력 과시’를 넘어 ‘핵 사용 위협’인데, 한 마디로 ‘나 좀 한 번 봐달라’는 몸짓이다. 그만큼 내부 사정이 긴박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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