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천
이주천

5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의 첫 번째 순방길로 한국을 선택했다. 그의 방한은 다목적이었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미국의 경제군사적 지원에 협조할 것,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추진해온 대중포위전략에 한국이 협조할 것, 한국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굳힐 것.

바이든은 한미동맹을 한반도를 넘어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구도에 편입시켜 군사·경제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고자 했다. 또 바이든은 문재인 정권 시절 약속했던 삼성 반도체, 현대 전기자동차, LG 배터리 공장 투자 등을 확고히 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간신히 이재명 후보를 이겨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의 지지도를 얻었다. 무엇보다도 정권 안정화가 최우선 과제였다. 이를 위해 보수의 절대가치인 한미동맹 강화와 미국으로부터 정통성 인정을 보장받고 지지율 상승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를 한미정상회담으로 만회하려 했다.

윤석열 정부는 초기부터 정권의 정통성 시비와 낮은 지지지도에서, 한미정상회담으로 국내 지지도를 끌어올려 정권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외교적 책략을 구사한 면에서, 과거 5공 전두환 정권 출범과 유사한 점이 많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의 국력이 상승해 한국 대통령의 방미가 아니라 바이든의 서울 방문이라는 점이다. 이는 미국도 총생산력에서 중국에 뒤떨어지면서 아시아에서 한국이란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양 정상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다. 바이든은 실리를 챙기고, 윤석열은 명분을 챙겼다. 윤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대북억제력 확대강화에 공감했고, 미국전략자산의 한반도 재배치와 북한 핵공격에 대한 추가 약속을 받았다. 또 양 정상은 문재인 정권이 폐기처분한 한미합동연합훈련 재개에 동의했다.

큰 틀에서 본다면 한미동맹은 가치관동맹, 경제기술동맹으로 진화·승격했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한 범세계적 공급망 확대에 찬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기구로 발족한 IPEF에 가입했다. 이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흡수되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수가 있다.남은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중국 리스크 부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한미공동선언문에서 민감한 중국의 인권, 대만해협 문제와 평화 안전문제가 포함되면서 중국의 반발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의 보복조치에는 과거처럼 한국 혼자 당할 것이 아니라, 최근 추가된 IPEF(인도-태평양 경제안보플랫폼)회원국들과 공동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 리스크도 문제다. 윤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선을 그었다. 보수의 강력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좌익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CNN과의 기자회견에서 "대북유화책은 끝났다"고 언급했는데, 뒷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정권 초기부터 중도실용을 내세운 이명박 정권 시절, 박왕자총격사건과 천안함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북 무대응으로 일관한 참상을 기억해보라. 밀어붙이기식 특수통 검사 출신의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장 김성한, 외무장관 박진, 안보실 차장 김태효 등 한결같이 이명박 정권의 친미파(Only America)로 구성되어 있다. 인선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전략전술 면에서 국익을 쟁취할 유연하고도 과감한 전략가가 없다는 점이다.

셋째, 바이든은 오자마자 평택의 삼성 반도체공장을 방문했으며, 현대자동차의 대미투자 유치를 확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미 50조가 넘는 대기업의 대미투자로 인해 30-50년 이후 벌어질 국내의 경제공동화와 실직 사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가뜩이나 결혼 기피와 최악의 출산율이 청년 실업사태와 직결된 문제라고 한다면, 정권이 안정되고 한미동맹이 경제기술동맹으로 격상되었다고 팡파레만 터뜨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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