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매매 거래가 뜸하고 금리까지 오르면서 지난 1분기(1∼3월) 가계대출 잔액이 2002년 통계 편제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5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작년 12월 말보다 6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이 전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02년 4분기 해당 통계 편제 이래 최초 기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은행에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
주택매매 거래가 뜸하고 금리까지 오르면서 지난 1분기(1∼3월) 가계대출 잔액이 2002년 통계 편제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5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작년 12월 말보다 6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이 전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02년 4분기 해당 통계 편제 이래 최초 기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은행에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

시중금리, 다시 말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43~5.8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 말의 2.92~4.42%에 비해 하단은 1.51%포인트, 상단은 1.4%포인트 뛴 것이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71~4.97%로 지난해 8월 말의 2.62~4.19%에 비해 하단은 1.09%포인트, 상단은 0.78%포인트 올랐다. 한마디로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 선에 육박한 것이다.

상황은 신용대출 금리도 마찬가지.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지난달 신용 1·2등급 차주(借主)를 대상으로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006%를 기록했다. 해당 금리가 4%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10월의 4.112% 이후 7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전체 차주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176%로 1년 전에 비해 1.358%포인트 올랐다. 이는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 상승분 1.326%포인트보다 높은 것이다. 특히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는 2%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는 등 가장 가파르게 뛰었다. 실제 신용 3·4등급 차주의 신용대출 금리는 1년 전 3.532%에서 5.244%로 무려 1.712%포인트나 올랐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올들어 가계대출 시장이 위축되자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30~35년에서 40년으로 늘렸다. 신용대출 만기 역시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추세다. 기존에도 신용대출 연체자의 연착륙을 위한 대출은 만기가 10년인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에 만기 10년을 적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만기를 연장하는 것은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상환 기간을 늘리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출 수 있어 결과적으로 대출 한도 역시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만기 연장은 월 상환액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시중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총상환액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면 차주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차주 1인당 16만4000원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65만5000원으로 불어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까지 더해지는 만큼 실제 빚 부담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지난 3월 신규로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80.5%에 달한다. 금리 인상기에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직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의 차이에부담을 느낀 차주들이 변동금리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은 코픽스(COFIX)에 연동돼 빠르게 대출금리가 바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된 상태인 만큼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3∼18일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는 오는 26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달 조사 결과인 50%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반면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로 전달의 50%보다 대폭 낮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6월과 7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 단행을 시사했다. 물가 잡기는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 유출을 방어하기 위해서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올해 연 2.5%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중금리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영끌족은 물론 대부분의 차주들이 ‘이자폭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직격탄을 맞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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