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 노스 :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상 파헤친 3D애니메이션
웰컴 투 맨체스터 : 1998년 북한 탈출한 박지현의 삶 다뤄
블라인드 마운틴 : 강요된 결혼생활에서 탈출을 시도하는데...
더 웨이브 : 전체주의 세상 실험으로 자유의 소중함 일깨워

3D애니메이션 ‘트루 노스’(에이지 한 시미즈, 일본, 2020).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다룬 첫 상업 애니메이션이다.
3D애니메이션 ‘트루 노스’(에이지 한 시미즈, 일본, 2020).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다룬 첫 상업 애니메이션이다.
본지가 후원하는 제2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SLIFF)가 어제 개막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공연·개막식·시상식, 개막작 ‘시대혁명’ 상영이 있었다. 주말(27~29일) 관객을 기다리는 작품은 일반 영화 8편과 폐막작 ‘잠입’이다. SLIFF의 취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자유’ ‘인권’을 박탈 당한 삶이 어떤 것인지 사실적으로 우화적으로, 때론 이 모든 게 섞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트루 노스(True North, 2020)
 
재일교포4세 에이지 한 시미즈 감독의 3D애니메이션이다(94분). 당성 높던 아버지가 갑자기 실종된 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곳은 높다란 장벽에 둘러싸인 ‘조선인민경비대 제2915 군부대’(요덕15호 정치범수용소)였다.
 
탈출을 시도한 수감자들의 공개처형 광경을 본 9세 소년 요한도 어느덧 청년이 된다. 아버지를 원망하며 간수들과 어울리고 동료 수감자를 폭행하는 삶이다.
 
"누가 옳고 나쁜지보다 어떤 사람이 돼야 할지 생각해보라", 어머니 말씀을 가슴에 새기는 가운데 새로운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혹시 탈출할 수 있을까······ ‘True North’ 원뜻은 나침반의 ‘진북’(眞北), 망망 대해·사막에서 방향을 찾는 생명선이다.
 
여기서 ‘진정 소중한 목표’라는 의미가 파생했다. 시미즈 감독의 제목 ‘트루 노스’는 ‘진짜 북한’ ‘북한의 진실’, 그 속에서 찾아야 하는 ‘진정한 목표’ 등 중의적으로 읽힌다.
 
◇웰컴 투 맨체스터(Welcome to Manchester, 2021)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연극영화예술대학(SZFE)의 피터 베레츠가 졸업작품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25분)로, 탈북민 박지현(52세)의 삶을 다뤘다.
 
1998년 북한을 탈출한 박 씨는 중국에서 매매혼을 겪으며 아들을 낳았고, 이후 강제북송 당해 참혹한 수용소생활을 견뎌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재탈북, 2008년 영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다. 2021년 맨체스터 구의회 선거에 출마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도움 받던 삶’을 넘어 ‘도움 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게 출마의 변이었다. 현지 일간(The Times) 일요판 선정 ‘선데이 타임스 2021년 영웅들’에도 이름을 올렸다.
 
◇블라인드 마운틴(Blind Mountain, 2007) 
 
리양 감독의 중국 영화(102분). 바이 수에메이는 대학 졸업 후 가족의 생계를 돕고자 약초회사 관리자와 함께 깊은 산골 마을을 돌아다니던 어느 날, 관리자가 건넨 물 한잔을 마시고 정신을 잃는다.
 
깨어 보니, 7000 위안에 가난한 산골마을 남자의 신부로 팔려와 있었다. 강요된 결혼생활과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다 탈출을 시도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자살 또한 여의치 않았다.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더 웨이브(The Wave, 2008) 
 
데니스 간젤의 독일 영화(107분)로, 실험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교사 라이너 벵어가 민주주의의 장점을 교육하는 수업 주간에 독재정치 수업을 맡게 된다. 나치 이후 독재는 다시 없으리라 자신하는 학생들에게, 벵어는 학급에 규율·규칙을 만들어 1주일 간 작은 전체주의 세상을 실감하게 해준다.
 
모두가 독재자 벵어에게 복종하면서 점점 그 체제에 익숙해진다. 인류가 여전히 ‘집단의 함정’으로부터 안전치 않다는 것, ‘자유’란 의식적으로 지키지 않는 한 언제든 훼손·소멸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한편, 폐막작 ‘잠입’(The Mole: Undercover in the north Korea, 2020)은 마즈 브뤼거(덴마크)의 실제 북한 잠입 다큐멘터리다(126분). 조선친선협회(KFA) 조직원이나 국제 무기상을 가장해 북한의 권력 측근들과 가까워지면서, 북한이 어떻게 국제 법망을 피해 왔는지 알게 된다. 한국에선 이번 SLIFF 상영이 최초다.
 
24일 제2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자유일보 최영재 편집국장이 수상작을 발표하고 있다. /김석구 기자
24일 제2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자유일보 최영재 편집국장이 수상작을 발표하고 있다. /김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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