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후 서방 기업 잇단 철수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폐점한 스타벅스 매장 앞. 스타벅스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에서 15년 만에 완전 철수하기로 했다. /로이터 연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주요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 미국 패스트푸트 업체 맥도날드에 이어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 역시 러시아에서 영구 철수한다. 러시아 진출 15년 만이다.

스타벅스 측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며, 앞으로 그곳에 브랜드를 남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0년 12월 러시아를 중국·브라질·인도와 함께 ‘핵심 이머징 마켓’으로 꼽을 만큼 공을 들여 온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의 이번 영구 철수 결정은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가 러시아 사업 매각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안 돼 공개됐다. 앞서 엑손모빌·쉘·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르노 등 다수의 서방 기업들이 이미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러시아 현지 사업을 접고 철수한 외국 브랜드가 1000여 개에 이른다. 맥도날드·자라·마더케어 등 식음료와 생필품 공급만 두절된 게 아니다. 어도비·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소프트웨어 및 IT서비스까지 중단, 제빵제조 설비·자동차·잉크·종이 등의 수입도 막혔다.

서방과의 단절 현상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EU 국가들이 러시아 여권 소지자의 여행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노력를 해왔다. 러시아 비행기에 대한 영공 차단·비자 및 황금 여권 신청 처리 중단 등을 통해서다.

여권은 단순히 국경을 넘을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권리, 즉 △장기간 체류할 권리 △이웃국가로 여행할 권리 △의료·학교·구직에 관한 권리 등이 두루 포함된다. EU가 이런 권리를 러시아에 금지하는 추세다. 새로운 ‘철의 장막’ 서곡,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91년 냉전 종식까지 구소련과 미국·유럽 등 서방 진영을 나누던 경계의 재현이라는 시각이 강화되고 있다.

반면 러시아 당국은 큰 타격 없으리라 자신한다. 맥도날드 사업권을 인수한 러시아 사업가 알렉산드르 고보르가 새 브랜드 이름을 ‘맥(Mc)’으로 결정, 다음달 말이나 7월 매장을 공개한다는 소식이다. 러시아 경제매체 코메르산트는 러시아 내 스타벅스의 사업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의 커피숍 시장 경쟁이 치열했으며, 스타벅스에 특별한 강점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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