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기시다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 후, 24일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바이든 대통령. 쿼드 정상회담을 끝으로 2박 3일 한국·일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AP=연합
23일 기시다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 후, 24일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바이든 대통령. 쿼드 정상회담을 끝으로 2박 3일 한국·일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후폭풍이 여전하다. 24일 바이든 대통령은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정책에 전혀 변함 없다" 밝혔으나 여진이 진행 중이다.

AF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노(No), 어제도 그렇게 말했다"고 답했다. 앞서 미·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 질문을 받자, 명쾌하게 되받았다. "예스(Yes), 그게 우리가 한 약속이다." 이에 중국은 강력 반발했고, 미국의 대만정책 전환 가능성이 제기됐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대만의 유사 시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홍콩발과 미국발 기사 두 건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집중 분석했다. 여기서 "반세기 동안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 ‘전략적 모호성’을 잠식할 발언"이라는 미국발 기사들이 인용됐다. "정치인들이란 실언할 때 진정한 속내가 나온다"는 로이터 통신을 비롯해, 외신들 대부분 23일 바이든 대통령 바로 옆에 일본 수상이 있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며 ‘실수’로 보지 않는다.

백악관은 ‘돌출 발언’으로 여기는 모양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백악관이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가 24일 "바이든의 대만 군사개입 발언은 실언이 아니라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명무실화하려는 신호"라고 논평했다. "대만에 대한 최근 미국의 행동은 전략적 모호성이 선명성으로 전환하는 경향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 5일 공개한 ‘미국·대만의 양자관계 개황’(Fact Sheet)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삭제된 상태였다.

한편 미국 주도의 다자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만은 빠져 있다. 아세안(ASEAN) 국가들 입장 때문으로 알려졌으나, 반도체 핵심공급국가 대만이 빠지면 결국 ‘무늬뿐인 공급망’ 협력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뉴욕타임즈 역시 "아시아국가들은 IPEF가 중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보다 범위도 좁고 대미수출 증대에 별 도움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논평했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 사수에 나섰다.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장기적 안정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하겠다"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말했다. 또한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개방성을 확대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질적 강화와 아태지역의 상호연결 촉진, 지역 산업 공급망의 보안·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대표단이 26일부터 남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솔로몬제도와 그 주변국 등 8개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솔로몬제도와 지난달 광범위한 안보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키리바시·통가·바누아투 등과도 비슷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쿼드에 대한 중국의 ‘견제구’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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