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수출대국인 인도가 세계 식량위기 속에서 설탕 수출을 제한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이자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출국이다. /연합
설탕 수출대국인 인도가 세계 식량위기 속에서 설탕 수출을 제한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이자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출국이다. /연합

인도는 세계 최대의 설탕 생산국이다. 수출도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다.

이 같은 설탕대국 인도가 올해 수출량을 1000만톤으로 제한했다. 또한 6~10월 설탕을 해외로 반출할 경우 전량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인도가 설탕 수출을 제한한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2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인도는 당초 설탕 수출량을 800만톤으로 제한할 계획이었다. 다행히도 설탕 생산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수출 한도 역시 200만톤 늘었다. 인도 설탕생산자협회가 올해 설탕 생산량 전망치를 기존 3100만톤에서 3550만톤으로 수정했기 때문이다.

인도의 이번 조치는 설탕의 수출 증가에 따라 국내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3월 인도가 국내에서 설탕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해 설탕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세계 설탕 가격은 브라질의 생산량 감소와 석유 가격 인상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바이오에탄올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데, 최근 석유 가격이 오르자 바이오에탄올 제조용 사탕수수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설탕은 주로 사탕수수에서 추출된다.

인도발(發) 식량 쇼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3일에는 밀 수출 금지를 발표해 국제 밀 가격의 급등을 초래했다. 취소 불능 신용장(ICLC)이 개설됐거나 정부가 다른 나라의 요청 등으로 허가한 경우에만 수출하도록 했다.

인도의 갑작스러운 밀 수출 금지 발표로 당일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은 한때 부셸당 12.475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전일 대비 5.9% 상승한 것으로 2개월래 최고치다.

인도는 밀의 자국 소비량이 워낙 많다. 이 때문에 수출 물량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올해는 인도가 세계 밀 부족분을 보충해 줄 수 있는 나라로 기대를 모았다. 인도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를 고려해 밀 수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인도는 국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국 수요를 우선하는 행보로 돌아섰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밀 수확량 감소는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가장 큰 요인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정치적 입지다. 전임 정권이 인플레이션에 대처하지 못해 정권을 잡았지만 이제는 자신도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국민 불만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인도의 밀 수출 금지로 세계 식량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주요 7개국(G7) 농업장관들이 지난 14일 독일에서 회동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인도의 밀 수출 금지 결정을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가 주요 밀 수출국이 아님에도 현재의 세계적인 공급 부족 때문에 파급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막히고, 세계 주요 생산국이 가뭄·홍수·폭염 등 기상 악화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등 밀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최대 밀 수출국인 프랑스는 건조한 기후로 올해 작황이 최악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도 50개 주(州) 가운데 절반이 넘는 곳에서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중국의 경우 지난해 가을 이례적인 홍수 이후 겨울 밀 생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물지 않은 밀을 사료용으로 팔기 위한 조기 수확이 성행하면서 생산 감소를 우려한 당국이 금지령을 내릴 정도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료품 수출을 금지한 나라가 14개국에 달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등 식용유의 수출을 막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내년 말까지 콩기름과 대두분 수출을 금지했다.

아프리카의 알제리는 파스타·식물유·설탕, 이집트는 밀·식물성 기름·옥수수 수출을 차단했다. 또 이란은 감자·토마토·양파·가지를 수출 금지 품목으로 지정했으며, 터키는 쇠고기·양고기·버터 등의 수출을 막고 있다.

일부에서는 식량과 식료품 수출을 금지한 나라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지구촌에 극심한 식량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식량과 식료품 공급이 급감해 물가가 치솟는 것은 물론 저개발국의 경우 굶주림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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