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김태수

윤석열 대통령 취임 11일 만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서울을 방문해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로써 한국 외교는 지난 5년간의 불분명한 방향을 접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 이같은 획기적인 전환은 한국은 물론이고 동북아, 나아가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전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외교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기며 전통적 외교노선을 밟아 갔다. 2017년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거치면서 바통을 이어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소위 자주적 외교노선을 택했다. 여기서 자주적 외교노선이란 전통의 미국·일본 연합전선에서 보다 한국 입장을 주장하고, 자주적인 방향으로 과감한 노선을 밟는 것이다. 이같은 방향이 과거 5년간 한국에 도움이 되었느냐는 둘째치고, 정당한 논리적 성찰과 사고 전개가 밑바탕이 되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문 정부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이어가되 중국과 더 가까워진다는 노선이 우선화되었다. 이것은 포퓰리스트적일 수도 있고, 과거 50·60년대 중동의 나세리즘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확실한 논리 없이 자기입장만 정당화할 수는 없다. 자주적 외교노선에 대한 국제적·체계적 사고의 전개가 미흡하다면, 그에 따른 결론도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등소평이 말한 굴기를 접목해 논리적 전개를 다시 할 수도 있고, 민주적·자주적 그리고 내셔널리즘을 가미해 토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를 적용하든, 문 정부의 자주적 외교노선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국제관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보수를 표방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외교 방향은 전통 보수의 흐름으로 선회했다.그렇다면 이제는 논리를 따지지 말고, 앞으로 한국 외교 방향에 대해 현실적·전략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현재 우크라이나전쟁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해 동북아는 물론이고 전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전쟁이 일어난 지 3개월이 되면서 그 여파가 동북아에도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 4월말 독일의 숄츠 총리가 일본을 방문했다. 이 방문은 독일을 포함한 나토와 미국의 태도를 나타낸 것이다. 중국이 이들 서방 편이 아니라는 것을 내외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내며, 서방세계는 일본과 연합을 원한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한국을 방문한 것도 한국과 일본이 러시아 ·중국에 대항해 서방세계와 연합하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다. 우크라이나전쟁 전부터 진행되던 대중국 전략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일본이 참여하는 것이 미국의 기본 동북아전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구도 아래 앞으로 몇 년간 동북아 질서가 유지되고 전개될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으로 크나큰 외교적 패배감을 느낄 것이다. 현재 아시아에서 중국 편에 있는 나라는 북한·캄보디아뿐이다. 다급해진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 공략으로 맞서고 있기는 하다. 24일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5월 26일~6월 4일 태평양 섬나라 8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구도 아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중국 경제전략에서 한국 역할은 기대되는 바 클 것이다. 앞으로 일본은 계속 국력이 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한국이 일본 대신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의 중추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인도도 중요시될 것이지만, 인도의 경제개발은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어서 그 기간 동안 한국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가 완벽하게 패할 경우, 그 여파는 중국과 북한에 크게 미칠 것이다. 러시아의 실패 또는 무능을 되풀이하지 못할 것이라는 국제적 연대가 팽배해질 것이며,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더욱 강화하게 만들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국제적 구도의 전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확신감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기회에 국제적 입지를 강력하게 넓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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