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이인철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제시된 문화정책은, 문화 공영으로 행복한 국민과 품격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문화 진흥을 약속한다. 문화예술 창작 지원과 문화소비 지원, 즉 문화복지 및 지역문화 진흥이 문화정책의 주요 내용이다.

문화정책의 원칙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국민 단위의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정책은 문화를 통한 국민통합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우리들만의 문화 기반을 조성해서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회 다원화는 정보와 문화 교류에 의해서 확대된다. 다양성의 확장은 정체성을 분화한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소속된 공동체의 정체성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취향을 계발하는 활동에서 형성되는 정체성이 있다. 문화정체성은 분화되고 확장된다. 국민은 더 이상 국경 내에만 머무르지 않기에, 국민으로서의 정체성 통합은 쉽지 않다.

국민정체성과 문화정체성의 충돌을 과거 프랑스의 브루카 금지법 논란에서, 최근의 차별금지법 입법 논란이나 지나간 블랙리스트 논란에서 확인된다.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를 국가 통합을 해친다고 여겨 경계하는 나라도 있다. 양극화된 정치상황의 배경인 이념적 대립도, 진영으로 갈려진 정치문화가 이유다. 포퓰리즘 현상은 문화다양성을 촉진시키고 있어 정치가 국민통합에 기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분화되고 서로 대립되는 문화정체성의 혼재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다양성을 보장하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제시해, 어떻게 국가의 문화적 통합을 유지할 것인가가 문화정책의 기본 질문이다. 단일한 공화국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국가 문화가 지향할 방향과 문화 통합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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