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인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자유언론국민연합,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행동하는자유시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소속 조합원과 회원들. /KBS 노동조합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인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자유언론국민연합,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행동하는자유시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소속 조합원과 회원들. /KBS 노동조합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25인 운영위원으로 구성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법안으로 발의했다. 이 안을 분석해 보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도 ‘25인 중 특별다수(2/3) 이상을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노조 세력이 차지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소속된 미디어연대가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개정안의 내용을 돌아보니 개정안은 교활한 꼼수로 위장되어 있다. 먼저 노조가 주도하는 노영방송 문제다. 좌파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공영방송 노조는 좌파정권에서는 소위 집권노조가 되어 정권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그 노조 출신으로 주요 보직을 배치해 방송장악을 주도한다. 우파정권이 집권하면 정반대로 돌아서 무책임한 파업과 막무가내 떼쓰기 등을 통해 경영권, 공정보도를 무력화시킨다.

민주당 법안에 의하면 현재 좌파가 다수인 공영방송 노조가 좌파 운영위원 추천권을 행사하게 돼있다. 학계에선 일부 폴리페서가 주동하여 상당수 학자들을 동참시켜 공영방송 파업 지지, 사장들의 사퇴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2012.03.15. 언론학자 93"언론인 파업 정당" 지지 성명/ 2014.05.25. 공영방송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 대한 방송학자들의 의견 등). 정치 중립을 지키는 많은 학자들이 연구와 강의를 성실하게 하는 동안 일부 미디어학회 집행부의 정치적 편가르기 행태는 학계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다.

실제로 바람직한 공영방송에 대한 논문을 쓰고 저술을 펴낸 모 교수는 정작 공영방송 이사가 되자 완전히 돌변해 소수이사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KBS진실과미래위원회운영규정을 다수의 횡포로 밀어붙이는 데 부역했다. 겉으론 멀쩡한 언론학자도 폴리페서가 횡행하는 미디어학회 편 가르기 행태에 편승해 정치적 보복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방송 직능단체도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 회원은 대부분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가입돼 있다. 이러한 연합회의 집행부는 언론노조와 연대하여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언론노조와 연대하고 있는 방송 직능단체가 추천하는 인사가 그들 입맛에 맞을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좌파 논리를 따르는 한국기자협회도 마찬가지다. 언론노조 유관단체인 한국기자협회는 문재인 정부 시절 집권여당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거수기가 아닌가 할 정도로 편파성이 심각한 단체다. 그래서 민주당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정안은 민주당이 다수결의 힘으로 완력을 자랑한 검수완박의 언론 버전이다. 공방완장(공영방송완전장악)’법에 다름 아니다.

방송 현장에서 몇 가지만 살펴보더라도 사안은 심각하다. 민주당이 발의한 ‘25인 운영위원으로 구성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정안국민의 방송좌파의 방송으로 고착화시킨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현재 발의된 안을 일부 보완해서 바람직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기대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현 여야 74, 63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정치권력의 변동에 따라 공영방송 주체의 리더십이 변동되는 제도다. 문제가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선택에 따라 공영방송에 최소한의 변화는 가져올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 좌파가 특별다수로 공영방송 운영위원을 제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구조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개정안은 지속적으로 좌파 성향의 사장을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는 우파가 정권을 잡더라도 공영방송에 대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지난 5년간 좌파노영방송으로 정권 수호에 재미를 본 현야권이 정권이 교체되자 다시 노영방송을 수호하고자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황우섭
황우섭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도록 혁신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부여된 시대정신은 좌파가 장악한 공영방송에 진정한 공정자유의 정신을 불어넣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어렵고 힘이 들더라도 국정과제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꼼수가 아닌 정도(正道)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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