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도준칙’에도 의학·데이터 등에 따른 관련성 보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AFP=연합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AFP=연합

유럽과 북미 등에서 신종 전염병인 원숭이두창(monkeypox)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질병 감염자들 대다수가 남성 동성애자들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평소 ‘인권보도준칙’ 운운하며 동성애와 에이즈 등 각종 질병의 연관성에 입을 다물던 않던 국내 언론들조차 의학과 데이터 등을 근거로 일제히 원숭이두창과 동성애와의 관련성을 거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인권보도준칙이란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1년 9월에 제정한 것으로, 소위 ‘성적 소수자’ 인권보호조항이 들어있어 언론이 에이즈와 동성간 성행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동성애와 관련된 차별금지법 반대 보도 등에서도 이 준칙에 의해 그간 언론에 재갈이 물려지는 등 ‘동성애 독재’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5일 해외 언론들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이번 달 영국을 시작으로 스페인·벨기에·오스트리아·이탈리아·스웨덴·스위스·포르투갈·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발생했으며, 캐나다·미국·호주·이스라엘 등 다른 지역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 아프리카에서는 나이지리아·중앙아프리카공화국·카메룬·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 발생되는 등 지난 21일까지 총 15개국에서 120여 명의 환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숭이두창이 지난 2018~2019년 영국·이스라엘·싱가포르에서 환자들이 확인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원숭이두창 환자들은 아프리카 여행 이력이 없는 20~50세 남성 동성애·양성애자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언론들도 의학과 데이터에 근거해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최근 MBC는 국 데이비드 헤이만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를 인터뷰해 “스페인과 벨기에의 두 차례 ‘광란의 파티’ 중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 간의 성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현재 유력한 가설이다. 성적 접촉이 전이를 증폭한 것 같다”는 내용을 방송에 내보냈다.

중앙일보도 영국 보건 전문가들이 현재까지 확인된 감염자들 대다수가 동성 성관계를 한 사람들로 확인되자 이 질병이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는지 여부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사화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인 남성들은 몸에 특이한 발진이나 병변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성보건서비스에 연락해 달라”고 말했고, 오예왈레 토모리 전 나이지리아 과학아카데미 원장도 “에볼라도 처음엔 성관계로 전파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원숭이두창도 그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국내 언론 보도들을 종합하면 영국에서 새롭게 보고된 원숭이두창 감염자 4명은 모두 남성 동성애자 또는 남성 양성애자였고, 스페인에서도 ‘게이 사우나’로 알려진 곳에서 하루 30명 이상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결국 동성애자들에게만 감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최초 발생은 대부분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들에게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명백히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한편 유엔에이즈계획(UNAIDS)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사례의 ‘상당 부분’이 게이와 양성애자,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맞은 남성 중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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