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3년간 대기업의 신규 진입이 차단되고 이미 시장에 진입한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의 사업 확장도 제한된다. /동반성장위원회

대리운전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향후 3년간 대기업의 신규 진입이 차단된다.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등 이미 진출한 대기업의 사업확장도 제한된다. 기존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 중인 양사의 행보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둘의 표정은 극명하게 갈린다. 공격적 투자로 일찌감치 업계 1위에 오른 카카오가 내심 웃고 있는 반면 사업개시 1년도 되지 않아 존재감이 미미한 티맵은 근심이 가득하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4일 제70차 동반성장위원회 회의에서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전화콜’ 시장의 대기업 진입과 사업확장 자제를 권고했다. 지정기간은 오는 6월 1일부터 2025년 5월 31일까지 3년이다. 카카오와 티맵에게는 이 기간동안 현금성 프로모션 자제도 권고됐다.

중기 적합업종은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지난해 5월 중소 대리운전업체로 구성된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대리운전업의 지정을 신청한 바 있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은 기업은 이제껏 없었다.

동반위 권고가 전화를 이용해 대리기사를 부르는 전화콜로 한정되기는 했어도 당장 카카오와 티맵은 사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전화콜이 국내 대리운전 시장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양사가 장악한 모바일 플랫폼(앱) 시장은 20%에 불과하다. 이에 양사는 그동안 인수합병 등을 통한 전화콜 시장 확대에 힘써왔는데 그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된 연합회조차 동반위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합회는 동반위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불합리한 절차와 속임수로 합의를 끌어낸 ‘반쪽짜리’ 권고"라며 성토했다. 제한 권고가 전화콜 시장에 국한돼 모바일 앱을 이용한 대기업의 중소기업 밥그릇 뺏기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아직은 전화콜이 대세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모바일 앱 시장이 커지고 있어 기우로만 보기 어렵다.

연합회는 또 카카오·티맵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지 않았고 전화콜 중개사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인수합병 제한이 빠졌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양사가 전화콜 중개사를 인수한 뒤 이 업체를 활용해 현금성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우회적 형태로 세력을 키울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당초 동반위도 이를 감안해 전화콜 중개사에 대한 제한을 검토했지만 전화콜 중개사들이 경영권 침해라며 반발하면서 현금성 프로모션의 세부범위 등 부속사항과 함께 추가 논의키로 유보한 상태다.

그래서인지 카카오와 티맵은 동반위의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양사의 속사정은 천양지차다.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예상되는 피해만큼 이익도 상당한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이미 연합회 추산 시장점유율이 40~45%인 대리운전업계 1위 사업자로 모바일 앱 시장의 점유율은 99%에 이른다"며 "현 수준만 유지해도 안정적 사업 영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카오를 위협할 대기업 경쟁자의 출현이라는 리스크가 사라졌고 유일한 라이벌인 티맵의 성장도 억제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카카오는 부속사항 논의에서 전화콜 중개사 인수 제한이 포함돼도 티맵보다 타격이 작다. 이미 2019년 국내 2위 전화콜 중개사인 콜마너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전화콜 1위 업체 코리아드라이브와 합작사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티맵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 논의가 불거진 이후인 지난해 7월 시장에 진출한 탓에 인수합병 성과가 전무하고 모바일 앱도 카카오에 밀려 1% 미만의 점유율에 머물러 있다. 추후 유선콜 중개사 인수와 현금성 프로모션까지 완벽히 봉쇄되면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를 맹추격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손발이 묶인 격"이라며 "지난해 인수한 법인 대리운전업체(굿서비스)를 앞세워 법인시장을 강화하는 선택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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