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5일 미사일 연쇄 발사가 심상치 않다. 내용도 시점도 수위가 매우 높은 도발이었다.

이번 미사일 종류나 발사 방법은 대응하기 쉽지 않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섞어 쏘았다. 처음이다. 한·미 미사일 방어망은 두 미사일을 함께 쏘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가려내기 어렵다. 유사시 대륙간탄도미사일처럼 군사 위협이 큰 목표를 타격·요격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 북한이 두 종류의 미사일을 함께 쏜 것은 한미 방어망을 쉽게 피하려는 목적을 위해서다. 한국과 미국의 30여 대 전투기가 무장을 장착한 채 지상 활주하는 엘리펀트 워크와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한 것도, 미사일 종류나 발사 방법의 위험성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연합 미사일 사격은 2017년 7월 이후 4년 10개월 만이다.

발사 시점도 무모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 방문을 마치고 막 떠나자마자 발사했다. 미국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쿼드 정상회의(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중국 견제 안보협의체)가 개최된 직후다. 어떤 나라의 눈치도 보지 않고, 어떤 군사도발을 서슴지 않겠다는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단단히 작심하고 저지른 것이다. 강력한 대북억지력을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반발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원 제의마저 거부했으니 한국정부와의 대화도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북한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 왔다. 중국·러시아·이란의 3각동맹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다.

이번 미사일 발사를 결코 가벼이 봐서 안 된다. 북한은 한미를 상대로 강한 공세 끝에 반드시 대가를 챙기는 협상 수법을 수십 년 간 활용해 왔다. 이번 발사도 그 연장선상이다. 북한은 이번보다 더한 공세를 펼칠 것이 분명하다. 다음 수순은 7차 핵실험 강행일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외부 위협을 만들면서 대한민국의 내부 분열을 노리는 책동을 꾸밀 것이다. 우리 정부와 사회가 이제 본격 밀어닥칠 북한의 총공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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