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박지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전날에 이어 당내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을 재차 들고 나왔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발끈하며 고성으로 박 위원장을 지적했고, 급기야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먼저 나가는 등 험악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의 ‘586용퇴’ 발언은 6·1 지방선거를 의식한 ‘시선끌기’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 균형과 민생안전을 위한 첫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86그룹을 향해 "대선 때 2선 후퇴를 하겠다는 선언이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 은퇴 의사를 밝힌 분은 김부겸 전 총리, 김영춘 전 장관, 최재성 전 의원 정도밖에 없다. 선거에 졌다고 약속이 달라질 수 없다"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정착시키는 역할을 완수한 만큼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지방선거 지지를 호소한 데 이어, ‘586 용퇴론’을 굽히지 않고 다시 거론한 것이다. 그는 과거와 현재의 당내 주류와 정치 목표가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박 위원장은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이제 그 역할을 거의 완수했다"며 "2022년 대한민국의 정치는 586 정치인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격차와 차별,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다. 586의 남은 역할은 2030 청년들이 이런 이슈를 해결하고 젊은 민주당을 만들도록 길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졌는데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박 위원장을 향해 책상을 치고 고성을 지르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6그룹인 윤 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 등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박 위원장과 충돌했다. 회의실에서는 15분간 다수의 고성이 들렸다.

윤 위원장은 붉게 상기된 채 "이게 지도부인가"라며 책상을 치고 회의실을 먼저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여기가 개인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고 전해철 의원도 "무슨 말이건 좋은데 지도부와 상의하고 공개 발언을 하라"고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위원장은 꿋꿋이 "봉하마을 다녀와서 느낀 것 없나. 노무현 정신 어디 갔나"라며 "(이럴거면) 저를 왜 뽑아서 여기에 앉혀 놓으셨냐"라고 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위원장은 회의 이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장의 잇따른 쓴소리를 ‘자기정치’의 일환으로 규정했다. 그는 "저는 당을 대표하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데, 개인 행보에 대해 당이 협의를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의 ‘586 용퇴론’과 이에 대한 민주당 내 반발이 보여지는 상황과는 다르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입장을 지적하며 박 위원장의 발언을 지지하곤 있지만 강성지지자들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지현 위원장이 6·1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586 용퇴론’을 들고나온 것은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며 "현실적으로 민주당 내 586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의 권력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뻔히 알면서도 박 위원장이 강하게 나오는 것은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로 하여금 민주당의 개혁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며 "하지만 이재명 계양을 후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를 볼 때 민주당의 개혁은 준비도, 시작도 하지 않았고, 못할 것이다. 박 위원장의 발언은 그냥 시선끌기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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