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6일부터 본관 실내가 개방된다. 대통령 부부의 사생활 공간이었던 관저 내부도 공개된다. 관저의 거실과 침실, 드레스룸 등 베일에 싸여있던 대통령 가족의 사적 공간이 모두 공개되는 셈이다. 관저 내부까지 공개됨에 따라 청와대가 온전히 국민의 품으로 간 느낌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청와대를 1회용 관람거리로 둘 수는 없다. 관련 부처에서 여러 가지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민간에서도 여기저기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중 다수의 지지를 받는 아이디어가 "청와대 자리에 콘서트홀을 짓자"는 것이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호주를 대표하는 국가브랜드나 다름없다. 뉴욕에는 카네기홀, 비엔나에 무지크페어라인잘, 뮌헨 헤르쿨레스 홀, 도쿄 산토리 홀, 모스크바 돔 무지끼 등은 명품 홀이다. 대한민국에는 대표 콘서트홀이 없다. 세종문화회관이 대표 브랜드 역할을 해오긴 했다. 그러나 콘서트홀 전용이 아니다. 애초에 정부 행사용으로 지어졌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오케스트라 음향이 좋은 곳은 희한하게도 1,2층이 아니라 3층이다. 콘서트 전용 음향설계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3층은 과거엔 티켓 가격이 싼 ‘C석’이었다. 이 때문에 돈 없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즐겨 3층을 찾았다.

88서울올림픽에 맞춰 개관한 콘서트 전용홀인 서초동 예술의전당도 있긴 하다. 하지만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한국을 대표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없다. 당연히 레퍼터리 선곡에 제한이 생긴다. 청와대는 녹지 공간이 넓다. 뒤에는 북한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1000만 서울시민이 문화·예술과 어우러지기에 이만큼 좋은 곳도 드물다.

서울시향은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다. 그런데도 전용공연장이 없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연주해야 한다. 프로축구도 전용구장이 있는데, 서울시향이 전용 콘서트홀이 없다는 게 말이나 되겠는가. 지금은 빈 필, 베를린 필에 견줄 수 없지만 서울시향도 언젠가는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성장해야 한다. 청와대 자리에 서울시향 전용공연장을 지으면 최적의 선택이 된다. ‘안성맞춤’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