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군 정상화 작업이 시작됐다. 정부가 25일 단행한 군 인사에서 첫 합참의장에 육사 42기 출신 김승겸 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발탁됐다. 새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9년 만에 나온 육사 출신 합참의장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연합부사령관에 안병석(육사 45기) 육군참모차장, 육군참모총장에 박정환(육사 44기), 지작사령관에 전동진(육사 45기) 합참 작전본부장, 2작사령관에 신희현(학군 27기) 3군단장 등을 임명했다.

이번에 임명된 육군대장 5명 중 4명이 육사출신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는 ‘비육사·비육군’ 기조가 뚜렷했었다. 육사 출신 합참의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2013년 제37대 정승조 합참의장이 마지막이었다. 또 현재 합참에서 근무 중인 중장 3명이 육·해·공군총장에 모두 발탁됐다. 모두 한미연합 작전을 염두에 둔 인사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에 이어 군까지 편 가르기를 지속해 권력을 사유화하겠다는 것이냐"며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난 5년 동안 저지른 참담한 국방 붕괴를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우리 군은 지난 5년 수많은 파행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치권력의 요구에 순응하고 입맛에 맞게 처신한 ‘정치군인’들이 군 지휘부와 요직을 대부분 차지했다. 장교와 병사 갈라치기, 육사와 비육사 편 가르기 인사가 만연하면서 군 위계질서가 흔들렸다. 병사들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면서 군인정신이 해이해지고 사기도 떨어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가 인사 시스템 붕괴였다.

문재인 정부는 육·해·공 3군 참모총장의 인사 추천권과 국방부 장관 제청권을 무력화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에서 군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 그전까지는 봄·가을 인사를 앞두고 3군 총장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국방부 장관이 제청했고, 이를 토대로 청와대가 정무적 판단을 10% 정도 반영해 내려보내면 확정하는 방식이었다.

또 군 인사에도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있었다고 한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한 대북 강경파인지, 좌파 정권과 코드가 맞는 반미(反美) 성향인지가 기준이란 거다. 이 리스트에 따라 군 인사가 좌우됐다. 물론 반미성향 군인이 중용됐다.

이런 기조로 문 정부는 한·미 동맹을 앞장서 지지해온 육사 출신 엘리트 장성들을 요직에서 배제하거나 승진에서 탈락시켰다. 그 자리에 해·공군과 학군·3사 등 비육사 출신을 두루 앉혔다. 첫 국방부 장관으로 해군 출신 송영무(해사 27기)를, 이어 공군 출신 정경두(공사 30기)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합참의장 자리도 정경두·박한기(학군 21기)·원인철(공사 32기)로 이어지면서 육사와 육군이 밀려났다.

또 육군이든 비육군이든 호남 출신은 최대한 중용했다. 586 운동권 출신이자 전남 장흥 출신으로 문 정부 초기 호남 세력의 구심점이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군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군 정상화’는 이제 시작되었다. 이번 군 인사가 그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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