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시절 폐쇄성 닮아가

 
/러시아 국영 방송사인 RT 홈페이지 캡처
/러시아 국영 방송사인 RT 홈페이지 캡처

자국에 ‘비우호적’인 외신 지국을 폐쇄할 수 있는 법안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의화를 통과했다. 상원의 검토를 거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될 이 법은 폐쇄당한 외국 언론사의 기사·자료 배포도 금지한다. 인가 자체가 철회될 수도 있다.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에 대한 의도적 ‘가짜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최고 15년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에 서명했는데, 이보다 강도 높은 법이 나온 것이다. 외신 보도가 더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외국 물건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스파이 취급을 당하던 마오쩌뚱 시절의 폐쇄성을 닮아간다는 게 심각성을 더한다.

시사잡지 뉴요커는 지난 19일 러시아 언론이 일사불란하게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정부의 보도지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언론계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통령실인 크렘린 관리들은 매주 언론사 간부들을 소집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다뤄야 할 주제들을 논의한다.

관영 언론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다섯 번씩 보도지침이 하달된다. 지침엔 보통 6~10개의 기사 주제가 포함된다(경제·폭로·감상적보도·비판 등 4개의 범주). ‘국제사회의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오히려 제제국 및 국제 경제에 부담이 될 것’, ‘서방국가로 탈출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알고 보니 범죄자들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문제 있다’ 등 기사가 해당 지침에 맞춰 작성된다. 러시아 미디어의 기사들이 사실상 동일한 내용·순서에 따른 결과물로 보인다.

지난 16일 미 CNN은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의 동부·남부 도시에서 기존 공교육 시스템의 파괴, 러시아식 사고 체계를 주입하는 사상교육 시도를 보도하기도 했다. 2014년 병합된 크림반도에서도 ‘러시아식’ ‘러시아화’ 교육이 강요됐으며, 교과서에서 우크라이나가 삭제되고 모두 ‘러시아의 역사’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침략’이 아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대에 맞선 ‘특별작전 수행’이라고 주장해 왔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국영 방송사인 RT와 뉴스통신사 스푸트니크가 가짜뉴스를 전파한다며 유럽 내 기사 전송과 배포를 금지한 상태다.

한편 이날 러시아 의회를 통과한 해당 법은 2006년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독살 혐의로 영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안드레이 루고보이를 비롯한 몇몇 강성 의원들이 발의했다.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던 리트비넨코는, 2006년 런던의 한 호텔에서 옛 국가보안위원회(KGB) 동료를 만나 차를 마신 뒤 23일 만에 사망했다. 리트비넨코가 숨지기 전 푸틴 대통령을 암살 배후로 지목했으나 상대방은 혐의를 부인해왔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