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가 출범한 지난해 6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노사위 사무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 모습. /연합
제2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가 출범한 지난해 6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노사위 사무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 모습. /연합

일정 연령 이후 고용은 계속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점차 삭감하는 이른바 ‘임금피크제’가 불합리한 연령 차별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재계에서는 기업 고용불안과 함께 강성 ‘귀족노조’들의 일자리 세습이 더 심회될 것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26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퇴직자 A씨가 국내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강행규정인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단,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노사 합의로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이 깎이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 등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원심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자기술연구원의 전신인 전자부품연구원에서 근무한 A 씨는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인해 임금과 수당, 퇴직금에 상당한 불이익을 당했다면서 받지 못한 돈을 달라고 지난 2014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선고는 임금피크제 위법 여부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으로서 향후 유사한 소송에 대한 판례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기업의 임금피크제를 사실상 강제로 종료시키는 영향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3년부터 정년 연령이 55세에서 60대로 연장된 데 이어 임금피크제 위법 판결까지 나오며 근로자들이 60세까지 임금삭감 걱정 없이 안정적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의 목소리는 다르다. 고령자들이 고액 임금을 계속 받는 것은 기업의 신규 고용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업무의 핵심 수단이 디지털 기기로 넘어가면서 50대 이상 고령자들은 ‘디지털 문맹’으로 인해 젊은이들보다 확연히 업무효율이 떨어진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정년 연령이 연장됐는데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계속 고액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기업에게 이중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 임금피크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고용안정성이 높은 일부 공기업과 대기업 ‘귀족노조’만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산하 강성노조들은 △본인 퇴직시 자녀 우선 채용 △법이 보장하는 연령 이후까지 정년 추가 연장 △퇴직 후 생활안정을 위해 일정기간 급여 지급 등 노조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을 단체협약에 집어넣고 있다.

이미 노동환경 자체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형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러한 판결을 내림에 따라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더욱 늘어나면서도 전체 채용규모는 늘릴 수 없는 이중고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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