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로 폐쇄된 상하이 도심의 식당. /연합
코로나 봉쇄로 폐쇄된 상하이 도심의 식당. /연합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28일 인구 2600만명인 상하이를 부분 봉쇄한 뒤 4월 1일에는 도시 전체를 전면 봉쇄했다. 4월 21일부터는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광저우·쑤저우·푸양 등에 대해서도 봉쇄를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 5일 주재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점진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은 역사적 검증을 거쳤으며, 방역 조치는 과학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 국가와 같은 위드 코로나, 즉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은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으로 국민의 피로감과 반발심은 갈수록 누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 시 주석은 오는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짓는다. 지난 1976년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처음으로 장기집권을 목전에 두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량 사상자가 발생하면 권력 연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고강도 방역에 매달리는 이유다.

대도시 전면 봉쇄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 특히 시 주석을 ‘무오류의 신화’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과잉 대응의 하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주링허우(九零後) 세대는 참지 못하고 인터넷 공간을 통해 거센 항의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상당한 사회 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위험한 것은 경기 둔화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투자·수출·소비에는 이미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다. 지난 16일 발표된 4월 주요 경제지표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의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율은 각각 -11.1%, -2.9%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중국이 극도의 불안과 혼란에 휩싸였던 2020년 우한(武漢 ) 사태 이후 최악 수준이다.

민생안정의 핵심 지표인 실업률이 악화된 것도 중국 정부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4월 도시 실업률은 전월의 5.8%보다 높은 6.1%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관리 목표 5.5%를 크게 웃돈다.

대도시 전면 봉쇄에 따른 타격은 다른 경제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의 4월 수출 증가율은 전월의 14.7%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3.9%를 기록해 지난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7.7로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4월 경제지표의 동반 추락은 중국 정부가 최우선 정책 목표로 정한 방역을 위해 경제를 희생시킨데 따른 필연적 결과물이다. 특히 공급망 전반의 마비로 충격을 받은 자동차 생산은 43.5%나 감소했다.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량도 반도체산업 거점인 상하이 봉쇄 여파로 12.1% 줄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면서 중국 경제는 ‘봉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은 2023년 2분기 이전에는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이유다.

중국 정부가 명시적으로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5.5%다. 하지만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24일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2%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UBS는 "계속되는 봉쇄 조치와 제로 코로나 정책의 출구 전략에 대한 명확성 부족으로 기업과 소비자들의 신뢰가 약화되고 억눌린 수요의 방출이 저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JP모건도 봉쇄 조치의 영향을 들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3.7%로 내렸다.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 그치는 반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8%를 기록해 지난 1976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증시에서 중국의 기업공개(IPO)는 거의 중단된 상태다.

중국 경기 둔화의 먹구름은 우리나라에도 빠르게 몰려오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1.1%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홍콩에 대한 수출이 위축되면서 2분기부터는 중국발(發) 경기 하방 압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