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6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

비정규직 해고에 항의해 특근을 거부한 노동조합원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10년 만에 나온 결론이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는 26일 오후 A씨 등이 형법 314조 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4대5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위헌 의견이 5명이었으나 위헌 결정 정족수(6명 이상)에 이르지 못해 ‘합헌’ 결론이 났다.

재판부는 단체행동권이 집단적 실력 행사로 위력 요소를 갖고 있어 ‘단체행동권 행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형사책임이나 민사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용자의 재산권이나 직업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고 거래 질서나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정한 단체행동권 행사 제한은 가능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해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단적 노무 제공 거부에 한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위험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은 단순 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은 근로자의 노무제공의무를 형벌 위협으로 강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사관계에 있어 근로자 측 대등한 협상력을 무너뜨리고 단체행동권의 헌법상 보장을 형해화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지난 2010년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벌어졌다. 비정규직지회 간부 A씨 등은 노동자 18명이 해고 통보를 받자 3회에 걸쳐 휴무일 근로를 거부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A씨 등을 기소했다. 1심은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대법원 입장은 노동자들의 파업 등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 집단적 근로 제공을 거부해 정상적 업무 운영을 저해하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는 당연 ‘위력’에 해당한다고 봤다. 합법적 쟁의행위 요건을 갖추지 않는 한 대부분 파업은 업무방해죄를 규정한 형법 314조 1항을 어긴 것으로 간주됐다.

이후 2심이 진행중이던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업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 파업이 이뤄져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손해를 초래하는 때에만 위력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며 전후 사정을 따지라는 것. 이에 A씨 등은 형법 314조 1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10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헌재 출범 후 최장기 계류 사건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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