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외부결제를 유도하는 앱을 자사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키로 한 6월 1일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업체들은 구글의 정책을 수용할 준비를 갖추는 한편 위법성을 강조하며 관계당국의 제재를 요구하는 양동작전에 나서고 있다. /연합

구글이 자사의 ‘인앱(In app) 결제’ 정책에 반해 외부결제를 유도하는 앱을 자사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한다고 밝힌 시한이 내주로 다가오면서 콘텐츠업체들이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전략의 핵심은 양동작전이다. 앞에서는 구글 정책을 수용할 준비를 갖추면서 뒤로는 규제 당국에 인앱결제 강제의 위법성을 호소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26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음원·웹툰 등 국내 콘텐츠업체들은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에 맞춰 아웃링크 결제시스템의 중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앱결제는 구글플레이의 내부 결제시스템을 통한 유료 앱·콘텐츠 결제, 아웃링크는 구글플레이에서 외부 웹페이지로 이동해 결제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그동안 구글은 게임 앱에만 인앱결제를 강제했지만 내달 1일부터 모든 유료 앱·콘텐츠로 확대 적용하고 결제액의 15~30%를 수수료로 부과할 방침이다. 지난달부터 아웃링크 결제 앱의 업데이트를 차단한데 이어 5일 뒤에는 앱 삭제를 통보한 상태다. 아웃링크 결제를 활용해온 상당수 업체가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수수료 추가 부담분이 올해만 최대 8331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콘텐츠업계는 가격인상을 통해 수수료 증가분을 소비자에게 속속 전가하고 있다. 양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카카오웹툰만 해도 각각 이번 주와 내달 1일부터 웹툰·웹소설의 요금을 20% 인상한다. 이미 웨이브·티빙 등 OTT 업계는 지난달 15% 안팎의 인상을 단행했고 멜론·지니뮤닉 등 음원업체들도 15~20%의 요금을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다. 억울하지만 생존을 위해 일단 따르는 모양새다. 구글플레이의 국내 앱마켓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74.6%에 달해 퇴출시 사업 영위 자체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슈퍼갑’인 구글의 횡포에 대항하는 업계 차원의 결집이 활발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전자출판협회·한국웹툰산업협회 등 협단체를 앞세워 구글에 대한 정부당국의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인앱결제 강제는 지난 3월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배치되는 위법행위라는 게 이들 협단체가 주장하는 핵심이다. 출판문화협회가 지난달 이를 근거로 구글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실태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 이 시행령은 특정 결제방식 강제 금지와 제3자 결제 허용을 규정하고 있다. 구글·애플 등 공룡 플랫폼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수수료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구글은 제3자 결제 허용과 함께 아웃링크를 차단하는 꼼수로 입법 취지를 무력화시켰다. 제3자 결제도 구글플레이 내에서만 이뤄지도록 해 수수료를 떼는 것이다. 시행령에 아웃링크 관련 규정이 없음을 노린 사실상의 인앱결제 강제지만 구글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방통위의 시정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문제는 방통위가 선제적 시정을 이뤄낼 묘책이 없다는 사실이다. 법률상 앱 삭제와 같은 구체적 사례가 있어야 과징금 부과 등 제재가 가능한 탓이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들은 구글에 찍힐 것을 우려해 신고를 피하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달 13일 온·오프라인에 개설한 앱 마켓 부당행위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도 지금껏 출판문화협회 하나뿐이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의 제재는 결국 사후약방문"이라며 "누군가가 사업 포기를 감수하고 피를 흘려야 하는데 그런 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업체들이 손해를 감수하려는 의지 없이 요금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현실 역시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는다. 넷플릭스처럼 결제를 자사 웹사이트에서 진행하고 앱마켓은 단순히 앱을 내려받는 채널로만 활용하는 등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는 "넷플릭스 방식은 결제 편의성 저하로 인한 고객이탈 우려 때문에 적용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수료 부담 전가로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데도 콘텐츠업계가 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없이 무책임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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