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건국 70주년 2만리 역사기행』 ⑨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건국 70주년 2만리 역사기행』 ⑨
  • 조희문 평론가
  • 승인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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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水金 연재 역사 기행

코리아글로브와 역사정립연구소는 건국 70년을 기념하기 위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스보보드니, 이르쿠쿠츠크 등 연해주 일대와. 새로운 삶을 찾아 국경을 넘어간 수많은 동포 한인들이 강제로 이주 당했던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까지 망국과 유랑의 흔적을 따라 갔다.
카자흐스탄행 국제열차(사진 조희문)

이르쿠츠크 여기저기를 살피는 것으로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돌아보겠다는 일정은 끝났다. 그 날 밤 비행기로 일행 중 10명은 서울로 돌아갔다. 예정된 일정에 끝까지 참여하는 인원은 11명으로 줄었다. 다음 목적지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기차로 5일 정도를 더 가야한다. 이르쿠츠크를 출발하여 노보시비리스크에 도착한 다음 그곳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열차를 바꾸어 타야 하는 여정이다. 남은 일행은 다음 기차 여행에서 필요한 먹거리를 준비했다. 물과 우유, 과일, 소시지, 빵 같은 것들이다. 이르쿠츠크∼노보시비르스크 구간은 32시간이 걸린다.

노보시비르스크역사의 아침풍경, 7월인데도 온도계가 12도를 가리키고 있다./사진=조희문

노보시비르스크는 노보시리비스크 오브라스트주의 주도(州都)다. ‘새로운 시베리아’라는 뜻을 가진 대도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주요 분기역이다. 모스크바로 가는 열차를 탈 수도 있고, 중앙아시아로 가는 열차를 탈 수도 있다. 동이 트는 새벽녘에 닿았지만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기차는 저녁 무렵에 있어, 짐을 역 구내 보관소에 맡긴 뒤 간편한 행장으로 시내 관광에 나섰다.

시베리아횡단철도의 분기점인 노보시비르스크역/사진=조희문

노보시비리스크는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자 러시아 전체를 비교해도 세 번째로 꼽힐만큼 규모가 크다. 오브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뉘어 있지만 연결 철교가 건설되면서 급속하게 번창한 곳으로 각광받았다. 각종 대학, 연구소 등이 밀집하여 있고, 오페라 공연 같은 문화활동 중심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 일행도 기다리는 중 오페라 공연을 보려했지만, 열차시간을 맞출 수 없어 공연시간을 알아보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카자흐스탄행 국제열차의 탑승 수속 (사진 조희문)

이럭저럭 기다리는 시간을 채우고서야 카자흐스탄 행 기차를 탔다, 구조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흡사했지만, 좀 더 시골스러워 보인달까 어딘지 더 소박한 인상이었다. 승무원들의 분위기도 다르고. 그리고는 다시 40시간의 기차 여행. 도중 국경을 통과하는 과정에서는 출국 수속 2시간, 카자흐스탄 입국 수속 2시간. 검역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마냥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화장실 사용도 금지. 지루하고 갑갑한 시간이다.

이윽고 다시 출발. 기차가 서는 중간 역 중에서 정차 시간이 20-30분 되는 곳에서는 노점에서 물이나 음료, 먹을 거리 등을 살 수 있다. 이름을 모르는 어느 역에서 양꼬치 구이가 괜찮아 보여 일행의 술안주 겸해서 샀는데, 바가지를 썼다. 양꼬치를 다시 데워 주겠다며 굽는 사이 차장은 열차 출발을 알렸고, 서둘러 계산하다 보니 원래 가격보다 열배 쯤 비싸게 값을 치루었다.

루불화를 현지화인 팅게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어리둥절하는 사이 대충 계산한 결과였다. 기차로 돌아왔을 때 열차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청년이 알려주어서야 알았다. 처음 발 디딘 나라에서 처음 겪은 일이 양꼬치 바가지를 쓴 것이라니! 그나마 우리 나라 가격에 비해 그다지 큰 돈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위안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일행들은 그 일조차 웃으며 술안주 감으로 삼았다. 그래도 양꼬치 맛은 좋았다.

알마티 역에 도착했을 때의 날씨는 더웠다. 노보시비르스크 지역에서는 한기를 느낄 정도로 서늘한 기운이 이어졌지만 알마티의 날씨는 사뭇 달랐다. 우리나라 한여름 날씨 그대로였다.

알마티 시내의 고층건물 뒤로 보이는 만년설/사진=조희문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눈 덮인 산이 보인다. 봉우리 하나가 아니라 길게 이어진 산맥의 꼭대기 부분에는 하얀 띠처럼 눈이 쌓여 있다. 뜨거운 열기가 이글거리는 도로에서 눈 덮힌 산을 바라보며 저 곳은 얼마나 시원할까를 헤아려 보는 기분은 미묘했다. 천산(天山)산맥의 줄기라고 하니 중국과의 국경이 멀지 않은 곳임을 알겠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내의 한국 신라면 광고판

시내 한가운데에 위치한 호텔을 숙소로 정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번화하다. 건물이며 상점이며 기세가 당당하다. 카자흐스탄에는 130여 인종이 섞여 산다는 데 그야말로 인종전시장 같았다. 다만 흑인은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일부러 흑인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호텔 안에서도 거리에서도 흑인을 만나지 못한 것은 의아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市 전경
카자흐스탄 알마티市 전경

일행 중 카자흐스탄 방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없었고, 알마티의 사정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마티에 ‘한인일보’라는 신문이 발행된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곳과 연락해 다음날 아침 잠깐 방문하기로 약속을 잡는데 성공했다.

통역 겸 안내를 맡은 가이드는 알마티 초등학교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일주일 기간의 일정을 위해 휴가를 냈다고 한다. 한국말이 상당히 유창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한국에 가본 적은 없고 순전히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를 했다고 한다. 집중력이 대단한 캐릭터 같았다.

카자흐스탄 빅알마티 호수서 만난 매사냥꾼 복장의 민속모델/사진=조희문

이튿날, 약속한 시간에 한일일보 사무실을 찾았다. 한인일보는 알마티 고려문화원이 발행하는 한글 신문으로 카자흐스탄 한인 사회 소식을 전한다. 20여년 전 알마티대학 한국어과 교수로 근무하게 된 것을 계기로 카자흐스탄에 정착하였다는 김상욱 원장(알마티 킴)은 바쁜 일정 중에도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역사와 현황을 성의껏 설명한다.

우슈토베를 방문할 때 누구와 접촉해야 하는 등에 대해서는 그의 부인이 대신 안내와 도움을 주었다. 김원장의 설명을 듣자니 고려인 한인동포들의 위상이 카자흐스탄 내에서는 유난히 높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지역에 정착하는 때서부터 소비에트 연방 시절, 카자흐스탄이 분리 독립한 이후부터 현재 이르기까지 내내 한인 교포들은 성실하고 근면한 민족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카자흐스탄 차린(Charyn) 국립공원 계곡, 카자흐의 그랜드 캐넌으로 불린다/사진=조희문

한인 교포들이 참여하는 곳이면 어디든 어떤 일이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카자흐스탄 10위권 부호들 중에서 한인교포들이 서너명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소련 연방이 해체되고, 카자흐스탄이 분리 독립하는 과정에서 석유사업을 인수한 경우들이라고 한다. 설명을 듣고 나니 오리무중의 풍경이 조금 밝아지는 듯 했다. <금요일 후속 연재>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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