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중앙)이 지난 19일 수도 베이징에서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브릭스는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을 가리킨다. /신화=연합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중앙)이 지난 19일 수도 베이징에서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브릭스는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을 가리킨다. /신화=연합

중국이 남태평양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 구상과 안보협력 강화 방안 등을 담은 포괄적 합의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이 경계심을 드러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을 방문해 다양한 협정을 모색 중이라는 보도를 잘 안다", "중국과의 합의에 조심하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보도된 협정들이 성급하고 불투명한 절차 속에서 이뤄진 협상일 수 있음을 우려한다", "투명성이나 역내 협의 거의 없이 모호한 수상쩍은 거래를 제안하는 게 중국의 행동 패턴" "미국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걸쳐 우려를 야기할 행동"이라는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왕이 부장이 솔로몬제도·키리바시·사모아·피지·통가·바누아투·파푸아뉴기니·동티모르 등 8개국 순방 기간(26일~6월4일)동안 ‘포괄적 개발 비전’(comprehensive development vision) 타결을 추진한다. 초안엔 남태평양 10개 소국에 대한 △중국의 수백만 달러 규모 지원 △중국과 남태평양 국가들간의 FTA 전망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 등이 담겼다. 중국은 △현지에서 자국 경찰 훈련 △지역 내 사이버 안보 관여 △각국과의 정치적 관계 확대 △해도(海圖) 작성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권 확대 등이 가능해진다. 특히 ‘경찰 훈련’ 항목의 경우, 중국 경찰 인력의 현지 상주를 의미한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중국으로부터 치안 병력을 들이는 게 이들 국가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긴장을 부채질하며 중국의 안보기관을 태평양으로 확장하려 한다는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에 이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까지 출범시켜 중국 포위망을 키우자, 중국은 남태평양 지역에서 안보 거점을 확대하려는 모양새다. 남태평양 도서국들이 미국의 군사 거점인 괌과 멀지 않으며, 호주로부터 약 2000㎞ 거리에 위치한다. 전략적 요충지다.

이 상황을 ‘미-중 신냉전 점화 및 확전’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있다. 미크로네시아 연방 데이비드 파누엘로 대통령은 21개 국가 정상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중국과 서방국가 사이의 충돌이 신냉전을 불러올 것"이라며, "중국과의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다음 10년이 여러 면으로 미·중 간 경쟁에서 결정적인 10년"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남태평양 도서국들 간의 협력이 신냉전을 촉발한다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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