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욱
김승욱

다보스포럼에서 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경고했듯이, 세계 경제위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수준이다. 공급망 재편,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전쟁 등 3대 폭풍이 겹쳐 스태그플레이션이 오고 있다. 세계곡물가격지수(168.5)와 세계식량가격지수(158.5)가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고, 국제유가 역시 1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성장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는 가운데 각국은 첨단분야 투자를 늘려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이러한 시기에, 역대 정권 초기와 마찬가지로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5년 동안 미래 먹거리 사업인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에 450조 원을 투자하며, 그중 80%를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간 63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했고, 롯데그룹은 5년간 37조 원, 한화그룹도 5년간 총 37조6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LG가 2026년까지 106조, SK가 역시 2026년까지 247조 국내 투자를 발표했다. 이들의 투자 약속 이행여부는 불확실하지만,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 위기극복의 의지를 보여주며 친시장·친기업 정책을 펴는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보인다.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권 동안 기업 규제 강화로 국내 투자에 매력이 없어지자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투자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번 국내 대기업 신규 투자의 상당 부분은 국내에 집중되었다. 방한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게 약속한 대미투자 44조원과 비교해도 이번에 밝힌 국내 투자 규모는 막대한 수준이다.

이 투자 약속이 실현되도록 하려면 문재인 정부 기간 중에 있었던 중대재해처벌법, 탄소중립기본법, 주 52시간 근로제 등 반기업적 규제를 철폐해서 기업투자를 더 격려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올려놓은 법인세 최고세율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세계 추세와 반대로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7년 만에 25%로 올렸는데, 이로 인해 설비투자가 최대 11.9%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원래 수준인 22%로 낮추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법인세 최고세율 평균(21.5%)보다 높다. 또한 지금 검토하고 있는 법인세 과세체계를 거주지주의에서 원천지주의로 바꿔서 해외 유보소득이 국내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현상으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한다.

여소야대 상황으로 법을 바꾸기 어려우면,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기업인 사면 등도 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제한을 해제하고 사면한다면, 재계에서는 이를 기업 살리기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것이다.

기업은 신규 채용도 늘려 지난 정부 동안 사라진 정규직 일자리를 회복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5년간 총 8만 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1만6000여 명을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국내 고용인원 11만4천명에 비하면 매년 퇴직자 수를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규모다. 삼성을 제외하고는 다른 대기업들은 아직 채용을 늘린다는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정규직 과보호를 해소해 보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던 것처럼, 지금 불어닥치는 퍼펙트스톰을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하나 되어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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