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가부장제에 문제 제기…"부커상 꿈도 못꿨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2 부커상 시상식에서 소설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으로 부커상을 받은 기탄잘리 슈리(64·오른쪽)와 힌두어 번역가 데이지 록웰이 상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과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연합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2 부커상 시상식에서 소설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으로 부커상을 받은 기탄잘리 슈리(64·오른쪽)와 힌두어 번역가 데이지 록웰이 상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과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연합

"저는 부커상을 꿈꿔본 적도 없습니다. 얼마나 큰 인정을 받은 건지 놀랍고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인도 작가 기탄잘리 슈리(65)는 26일 밤(현지시간) 세계적인 권위의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로 호명되자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인 소설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7년 역사에서 힌디어책으로는 처음으로 최종 후보에 올라 수상했다. 원제는 '렛 사마디'(Ret Samadhi)이다.

이 책을 영어로 옮긴 미국 번역가 데이지 록웰도 공동 수상자가 됐다.

2018년 인도에서 힌디어로 출간된 '모래의 무덤'은 지난해 8월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대표인 영국 독립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에서 영어로 번역 출간됐다.

인도 북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예기치 않게 파격적인 삶을 얻게 된 80세 여성 '마'의 모험을 따라간다. 남편의 죽음으로 깊은 우울증에 빠진 마는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10대에 경험했던 헤어짐에 대한 트라우마에 직면하면서도 파키스탄 여행을 고집했다. 어머니 딸, 여성,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인도 북부에서 성장한 슈리는 힌디어로 된 지역 방언과 민담 등을 많이 접한 것이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하는 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에서 현대 인도사를 전공한 그는 인도 힌디문학의 창시자이자 소설가인 프렘찬드(Premchand) 가족과 교류하면서 문화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프렘찬드의 전기를 쓰기도 했다.

대학에서도 현대 힌디어 문학 작품을 써보고자 했던 슈리는 북인도 가족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은 소설 마이(Mai)로 등단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무시, 대면, 도전하는 방식으로 인도의 가부장제에 대응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가정에서 무시를 받았던 여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소설 3편과 소설집 7권을 냈으며 현재 뉴델리에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기탄잘리 슈리는 수상 소감에서 "나와 내 작품의 배경에는 힌두어와 다른 남아시아어로 된 문학의 풍요로움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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