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정비, 청소, 마을 가꾸기, 농활, 건설 등에 동원 선전
방첩활동 선도·감시자 역할, 보위부에 수시로 현황 보고

북한 조선중앙TV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방역교육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사진은 평양 대성구역 룡흥2유치원 원생들이 '꼭 지키자요'라는 주제로 방역지침 준수를 강조하는 무용공연을 펼치는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연합
북한 조선중앙TV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방역교육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사진은 평양 대성구역 룡흥2유치원 원생들이 '꼭 지키자요'라는 주제로 방역지침 준수를 강조하는 무용공연을 펼치는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연합

남한의 ‘통장’을 북한에선 ‘인민반장’이라 부른다. 인민반장은 하나의 인민반을 대표하는 책임자에 해당한다. ‘통’을 읍·면 아래의 ‘리’와 같은 단계의 행정구역으로 구분하듯, 북한도 비슷하다. 다만 도시와 농촌의 인민반 세대별 구성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도시에선 동 단위별로 여러 개의 반이 있고, 농촌에선 마을별로 나뉜다(보통 30~40세대가 1개 반). 한국의 통장 역할은 주로 자기 구역 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종량제봉투를 배부하거나, 지자체 회의·행사에 참여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통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몰라도 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북한의 인민반장은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모든 구성원이 모두 알아본다. 각 세대주를 다양한 일에 이끌어 내는 것, 주로 도로정비·청소, 동·마을 가꾸기, 농활, 건설 현장 등의 동원을 인민반장이 한다. 반장은 매일아침 큰 소리로 "마당 청소 나오시오"라고 외치며 동네 한 바퀴를 돌아다닌다. 정해진 시간(보통 아침 6시~7시)에 나오지 않으면 집집마다 직접 문을 두들겨 불러낸다. 휴대폰 등의 소통 방식이 없으니 일괄 문자알림 같은 것은 상상 못한다. 중요한 동원에 바빠서 못 나올 경우, 소정의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보통 장사(사업)하는 집들은 동원에 불참하는 대신 돈을 내는 데, 사실상 이 쪽을 더 좋아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인민반장은 방첩활동 또한 적극 선도하며, 제1선의 감시자 역할을 한다. 담당 보위부지도원(한국의 검찰 급)에게도 반 내의 현황을 수시로 보고한다. 예컨대 다른 지역(도·시·군·읍)에 사는 외부인(친·인척) 방문 시 의무적으로 인민반장에게 먼저 신고해야 한다. 인민반장은 현황을 보위지도원에게 보고해 방문자의 등록과 함께 인원확인(숙박검열)을 한다. 숙박검열은 저녁마다 수시로 불시에 진행된다. 사전등록이나 신고 없이 숙박검열에서 적발될 경우, 방문자 및 세대주는 보위부로 불려가 조사받고 외부인은 추방 처분되기도 한다. 인민반장과 개인적 친분이 깊거나 융통성을 발휘하면 보위부까지 보고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대체로 기혼 여성 대상인 인민반장 선출은 1년에 한 번이다(임기 1년). 인민반 전체회의를 열어 후보를 추천받고 거수로 결정한다. ‘비밀선거’의 발상은 없지만, ‘반대의사’ 표시는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유일의 ‘그나마 민주적’ 선출 방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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