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시행 여파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월세보다 전세 세입자들의 보증금 인상 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된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18만3103건 중 갱신계약(재계약)으로 신고된 4만9528건의 종전 및 갱신 계약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이 조사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
임대차 3법 시행 여파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월세보다 전세 세입자들의 보증금 인상 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된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18만3103건 중 갱신계약(재계약)으로 신고된 4만9528건의 종전 및 갱신 계약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이 조사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그리고 전월세 신고제의 근거가 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임차인이 원하면 기존에 맺은 임대차 계약을 추가로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것이 계약갱신청구권이다. 또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인상폭을 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전월세 상한제다. 전월세 신고제는 이 같은 임대차 계약에 불법이 없도록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2020년 7월 30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8월 4일 국회를 통과했다. 새 정부는 임대차 3법 가운데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의 계도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당초 다음달로 예정됐던 과태료 부과 시점이 내년 6월로 연기됐다.

문제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다. 오는 8월부터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전월세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 그동안 전월세 상한제에 묶여 있던 임대인들이 이번에 새로운 계약을 맺으면서 전월세 보증금을 한꺼번에 높일 가능성이 높다. ‘2년 + 2년’, 즉 4년 동안 임대료 인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분양자의 경우 분양대금이 부족하면 우선 세입자를 들인 후 전월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른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은 공공택지의 경우 최대 5년, 민간택지는 최대 3년까지 수분양자가 실거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월세 매물이 감소해 전월셋값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전셋값이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4월 기준 104.3으로 2020년 7월의 90.9 대비 14.7% 올랐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같은 기간 90.6에서 104.8로 15.7% 상승했다. 민간업체의 조사 결과로 보면 전셋값은 더 오른 것으로 나온다. 부동산R114가 2020년 7월 말 이후 지난 20일까지 전세가격 누적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전국 평균 27.69% 상승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연말까지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물량은 전체 전세 거래량의 15%인 월 평균 4730건 안팎이다. 내년 7월까지 기간을 늘리면 총 7만 건이 넘는다. 대략 1억원씩 전세 보증금을 올려준다고 가정하면 1년 간 서울의 세입자가 부담해야 할 전세 보증금 인상분은 7조원에 달한다.

2020년 4만9478가구를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2만520가구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 전월세 물량의 씨가 마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대차 3법 시행 2년에 따른 전월셋값 상승 압력까지 가중되면 세입자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서울에서 전월세 아파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인근 지역의 빌라로 밀려나거나 아예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전월세 신고제 자료와 확정일자 신고 자료를 합산해 파악한 올해 1분기 전월세 거래량은 69만5457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최근 5년 평균 대비 37.3%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1분기 주택매매 건수가 전국 기준 13만8349건, 서울 1만454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6%, 59.7% 감소해 반토막난 상황과는 대비된다. 특히 서울에서는 1분기 빌라 전월세 거래량이 3만1835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분기 기준 최다인 것으로 집계됐다. 매매 거래를 통한 주거 이동의 제약이 전월세 거래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세의 월세화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올해 1분기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48%로 최근 5년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서울에서는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이뤄진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를 낀 계약의 비중이 51.6%로 전세 비중을 처음 추월했다. 우리나라의 월세는 서구식 월세와 다르다. 적지 않은 수준의 보증금에 월세까지 내야 하는 이중부담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음달부터 임대차 3법에 대한 개편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임대차 3법이 전월세 대란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임대차 3법을 개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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